불 면
이 세상에 꽃이 피는 건죽어서 꽃으로 피어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까닭이다.
그래도 이 세상에 사람이 태어나는 건
죽어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 꽃이 있는 까닭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녕 그렇지 않다면
왜 꽃이 사람들을 아름답게 하고
왜 사람들이 가끔 꽃에 물을 주는가
그러나 나는 평생 잠을 이루지 못한다
왜 꽃처럼 아름다운 인간의 마음마다
짐승이 한마리씩 들어앉아 있는지
왜 개 같은 짐승의 마음속에도
이름다운 인간의 마음이 들어앉아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나는 평생 불면의 밤을 보내는
한 마리 짐승이다.
시집 '이 짧은 시간 동안'(창비) 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꽃이 핀다는 건, 꽃으로 피고 싶었던 절절한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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