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57>
궁보무사 <157>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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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肉水)를 퍼부은걸 부인에게서라도 보상을 받아내고 싶은데요”
5.엎치락뒤치락

“으으응?”

모두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웅덩이 위쪽을 얼른 쳐다보았다.

아! 이게 웬일!

지금 이 웅덩이 안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미녀(美女)가 하나 있었으니…….

20세 중반쯤 되어 보이는 그 미녀는 솜씨 좋은 조각가가 애써 다듬어 놓은 듯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알맞게 균형 잡혀진 몸매를 지니고 있어 혹시나 선녀(仙女)가 실수로 잠깐 하늘에서 내려온 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여, 여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주성은 그래도 자기 딴엔 반가운 듯 히죽 웃으며 위를 쳐다보았다.

“야! 저게 네 마누라냐?”

옆에 있던 강치 일행 중 하나가 발길로 주성을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그 그렇소. 아 아니, 그 그렇습니다.”

‘하! 참으로 대단한 미녀로다! 그런데, 돼지 발목에 예쁜 진주 팔찌를 채워놓은 격이지, 어떻게 이런 지지리도 못난 놈에게 꽃 같이 어여쁜 저런 아내가 주어졌단 말인가!’

강치와 그 일행은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 환한 주성의 예쁜 아내를 보자 갑자기 멍한 표정을 지으며 저마다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머머! 저 저, 꼴 좀 봐! 아니, 우리 남편이 대체 뭘 잘못했다고 그 안으로 끌고 들어가서 그토록 심하게 피떡을 쳐놓은 거예요?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주성의 아내가 몹시 화가 난 듯 강치 일행을 노려보며 다시 외쳤다.

“헤헤헤……. 그럴 일이 좀 있어서 그렇소이다.”

강치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군침을 질질 흘려가며 그녀에게 다시 말했다.

“네에? 그럴 일이라니요?”

“실은……. 웅덩이 안에 있는 우리들에게 이 자가 함부로 오줌을 쏴 갈겼거든요?”

“어머머! 그래서…. 겨우 그까짓 일로 제 남편을 끌어다가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으셨단 말인가요?”

주성의 아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격렬하게 항의하듯 다시 물었다.

"뭐, 쉽게 얘기하자면 대충 그렇소이다. 흠흠흠…….”

“어머머! 그건 너무 심하세요. 사람이 가끔 실수로 그럴 수도 있는 건데…….”

주성의 아내가 무척 원망스럽다는 듯 이렇게 말하며 웅덩이 안에 들어있는 사내들 하나하나씩 아주 묘한 눈빛으로 흘겨보았다. 강치 일행은 그녀와 눈길이 마주칠 적마다 숨이 칵칵 막히고 온몸이 짜릿짜릿해지는 게 오줌까지 찔끔찔끔 쏟아낼 지경이었다.

아! 아! 잘생긴 미녀는 어느 쪽에서 보든지 무슨 표정을 짓든지 무조건 예쁘고 곱게만 보인다더니……. 우리 같이 예쁘거나 질 좋은(?) 여자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자들조차도 저렇게 빼어난 미인은 생전 처음 보는군! 아무튼 대단한데!

강치 일행은 주성의 아내 미모를 보고 넋이 홀라당 빠져나간 듯 고개를 그저 빳빳하게 세운 채 그녀의 가벼운 몸짓 하나하나와 표정 변화만을 그저 멀거니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자, 이제 그만하시고, 우리 남편을 어서 올려 보내주세요! 대충 그 정도로 만들어놨으면 되었지 뭘 더 어떻게 하시려고요?”

주성의 예쁜 아내가 아미(蛾眉)를 씰룩거려가며 점잖게 타이르듯이 다시 말했다.

“아, 예! 저희들이 올려 보내는 거야 문제도 아닙지요. 하지만……. 저희들을 향해 함부로 육수(肉水)를 퍼부어댔던 것에 대해서만큼은 부인에게서라도 보상을 받아내고 싶은데요?”

강치 일행 중 어느 누가 연달아 군침을 꿀꺽꿀꺽 삼켜가며 이렇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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