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34>
궁보무사 <13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7.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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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 일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움을 느끼는데…
22. 소용돌이 속에서

"아직까지 팔결성 놈들은 우리 측에서 그런 일을 꾸민 줄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몰래 들어가서 그런 일을 벌였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가해 당사자인 양지가 자살을 했다지 않습니까"

율량이 벌겋게 상기된 표정으로 좌우를 둘러보며 먼저 말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전한 비밀이라는 건 있을 수가 없어요. 다른 것도 아닌 성주 오근장의 귀중한 X이 불에 타서 득(得)을 보게 되는 사람이라곤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한벌성 사람들뿐만 아니라 팔결성 사람들 모두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니까요. 그러니까 결국엔 나를 지목해서 생각들을 하지 않겠어요"

부용아씨가 매우 차분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좌우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으음. 어쨌거나 사태가 사태이니만큼 팔결성과 우리 한벌성이 맞닿아 있는 경계 부근을 보다 철저히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성질이 급한 오근장 성주가 갑자기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으니까요."

한벌성 외부 경계를 책임지고 있는 강서 장군이 몹시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요. 뭐든지 안전한 게 좋지요.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니 미호강물에서 한벌성쪽으로 통하는 무심강 입구 근처에 궁수(弓手)들을 숨겨놓았다가 함부로 들어오는 배들은 무조건 불화살로 쏘아버리라고 하세요. 일반 백성이 탄 배이려니 하면서 그냥 놔두고 있다가는 나중에 무슨 큰 화를 당하게 될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부용아씨가 매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습니다."

강서장군이 머리를 조아리며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안심하셔도 될 것입니다. 물론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되지만, 너무 힘들고 표시 나게 경계해야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오근장 성주는 화상(火傷)을 크게 입은 자기 그것이 완전히 아물어 들 때까지 오로지 그것 치료에만 신경을 쓸 테니까요."

율량 대신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한편, 팔결성 병사들과 함께 마차를 타고 가던 강치 일행은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피부로 직접 느껴지는 마차 안의 냉랭한 분위기는 여전하거니와 성주가 살고 있는 궁(宮) 쪽이 아닌 음침한 숲속으로 마차가 빠져들어가자 강치 일행은 뭔가 일이 크게 잘못되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 잠깐! 내가 아까 성문 앞에 두고 온 보따리가 있어서 그러는데 급히 좀."

강치 일행 중 하나가 슬그머니 일어나가지고 달리는 마차에서 급하게 뛰어내리려고 하였다.

"어딜!"

갑자기 그의 양 옆에 앉아있던 병사들이 우악스럽게 그를 잡아당겨 도로 주저앉혔다.

"아, 저. 소피가 마려워서. 이거 몹시 급합니다요."

강치 일행 가운데 또 다른 하나가 이렇게 말하며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 역시 옆에 붙어있던 팔결성 병사들에 의해 억지로 제지당했다.

"아니, 이거 왜 이래요 우리들은 이곳 성주님을 직접 찾아뵙고."

또 다른 자가 이렇게 항의하는 식으로 말을 꺼냈지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로 옆에 있던 병사가 주먹으로 그의 입을 세차게 내리쳐버렸다.

'퉤!'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입 안에서 시뻘건 피가 묻은 이빨 두어 대가 튀어나왔다.

"함부로 주둥이를 또 놀리다간 이 칼 맛을 볼 줄 알아라."

어느 병사가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꺼내 잠시 휘둘러 보이며 이렇게 으름장을 놓았다.

그제야 강치 일행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린 채 와들와들 떨어대기 시작했다.

이윽고 달리던 마차가 멈추고 강치 일행이 병사들에 의해 개돼지처럼 밖으로 끌려나왔다.

그들 앞에는 음산한 멋을 풍기는 단층짜리 벽돌 건물이 서너 채 있었고 자그마한 그 앞마당에는 이들을 맞이하러 나온 듯 한 병사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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