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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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7.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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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렁그렁'

깊은 숲 속을 거닐 땐 권현형

맨발로 바람걸음으로 걸어야 합니다.

혹시 가던 길 멈추고 가만 엎드려

발밑 세상을 들여다보게 된다면

점보다 작은 꽃이

점보다 작은 꽃보다

더 작은 벌레를 거느리고 살아가는

좁고 작은 잎사귀 속

볕을 받을 때마다

파랗게 빛나는 어린 곤충이

눈물방울처럼 그렁그렁 매달려

남의집살이하는

애처로운 숲 속의 작은 집들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거친 발에 밟혀 찌그러진 집

마른 잎사귀 속에도

작은 무당벌레가

잠시 들러 밀애를 나눌지도 모르는 일

깊은 숲 속에선 발밑이 온통 집입니다.

시집 '밥이나 먹자, 꽃아'(천년의시작)중에서

<김병기 시인의 감상노트>


 바람이 숲에 이르면 신발을 벗고 맨발로 오르는 이유를 물은 적 있으세요. 잎사귀의 귀도 파주고 얼굴도 씻어주는 마음을 읽은 적 있으세요. 솔바람 불면 맑은 거울처럼 내 마음 곱게 보여주는 거 느낀 적 있으세요. 바람이 그렇게 걷는 건, 그렁그렁 눈물 맺힌 애벌레가 다칠까봐 가만가만 오르는 거 아세요. 잘 못 디디면 우주의 집이 무너진다는 거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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