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궁보무사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7.2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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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 수송하듯이 거칠게 달리는 마차에서 불안감에 사로잡힌 강치
21. 소용돌이 속에서

밖에서 보기보다 훨씬 넓어 보이는 반개형(半開型) 마차 안은 손님 접대용이 아닌 듯 내부 장식이 극히 초라했고, 금방이라도 욱하고 토해낼 것만 같은 아주 고약하고 역겨운 오물 냄새가 구석구석에서 진동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마차 안에 미리 타고 있던 건장한 체격의 무장 병사들이 험상궂은 표정들을 짓고 있어서 분위기는 한층 더 썰렁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강치 일행 네 명이 마차 안으로 모두 들어오자 두 사람이 한사람씩 각각 맡아가지고 재빨리 온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성주 앞으로 데려가기 전에 혹시라도 위험한 물건을 몰래 숨기고 있지는 않나해서 철저히 조사해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몸수색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이지, 사람 사타구니 속에 깊숙이 손을 찔러 넣어가지고 무슨 두 쪽이 딸랑딸랑 소리를 내고 길쭉한 고깃덩어리를 찍찍 눌러가며 뭐가 짜내질 만큼 심하게 조사를 하는 데에는 모멸감과 수치감, 그리고 불쾌감을 동시에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이곳 성주님을 만나 뵙기 위한 까다로운 사전 절차 중 하나라고 한다면 강치와 그 일행은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몸수색을 철저하게 마치고 난 체격 좋은 무장 병사들은 강치 일행 한 명당 두 명씩 좌우로 찰싹 붙어가지고 단단한 쐐기를 박듯이 딱딱한 나무 의자 위에 꼭 끼어 앉았다.

곧이어 이들을 실은 마차가 울퉁불퉁한 길 위를 덜거덕거리며 거칠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건장한 체격을 지닌 무장 병사 틈에 꼭 끼인 채 이리저리 몸을 서로 부딪히다보니 강치 일행은 이래저래 기분이 상하였다.

'어이구! 대체 이게 뭐야! 우리가 손님은커녕 완전히 동물이나 짐짝 취급을 받고 있으니. 가만있자. 기분이 어째 좀. 으으음.'

마치 죄인 수송하듯이 거칠게 달리고 있는 마차 안에서 강치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사로 잡혔다. 지금 이들이 무례하게 구는 행동으로 보아 성주를 만나러 온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아님을 강치는 어렴풋이나마 눈치 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어,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실 라우"

강치는 입가에 미소를 살살 띠워가며 자기 몸을 좌우에서 압박하듯이 꽉 붙들고 앉아있는 두 병사에게 말을 건넸다.

"……."

"지금 우리가 타고 가는 이 마차! 이따가 잠시 빌려주실 수 있는지요"

"……."

강치의 갑작스런 이 물음에 병사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아, 제가 뭐 딴 목적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요, 이따가 저희들이 성주님을 만나 뵙고 선물을 푸짐하게 받아가지고 나올 때 최소한 이런 정도 크기의 마차가 꼭 필요할 것 같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희들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는 여러분들한테 다만 얼마라도 사례를 하고 싶습니다요."

강치가 살살 웃어가며 달짝지근한 이런 제안을 했음에도 마차 안의 무장 병사들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무덤덤한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바로 이 시각 쯤,

한벌성 깊숙한 곳에 위치한 어느 밀실 안에서는 부용아씨와 율량 대신, 그리고 몇몇 중신들이 함께 모여 뭔가를 한참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었다.

어젯밤 팔결성 내에서 벌어졌던 심각한 사건이 혹시라도 한벌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어 벌이는 일종의 대책회의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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