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28>
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28>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2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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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는 여호와의 약속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있을 神이 숨겨둔 희망을 찾아…

   
어린 시절,
무지개가 뜨면 친구들과
무지개 끝을 향해 달려가던
기억이 있다.
무지개가 끝나는 땅에
보물이 묻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커다란 진주를,
그리스에선 황금 열쇠를,
아일랜드에선 금시계를,
노르웨이에서는 황금 병(甁)을
얻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무지개는 다가갈수록
그 모양을 유지하면서
뒤쪽으로 물러선다고 했다.
그러니
그 누구도
무지개의 끝에
도달하지 못할 수밖에….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마음은 뛰노라 / 어렸을 때도 그러하였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다 / 앞날 늙어서도 그럴 것이다 / 그렇지 않다면 난 죽으리라" (워즈워드의 詩).

여름 한낮에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지고 나서 빗줄기가 가늘어지면 태양이 먹구름 사이로 빠끔히 얼굴을 내민다. 이런 날 태양의 반대편 하늘에는 일곱 색의 화사한 무지개가 나타나기도 했다. 무더위 뒤의 상큼함만큼이나 무지개는 황홀하게 아름다웠다. 어릴 적에나 지금이나 무지개를 볼 때의 변함없는 나의 감동을 워즈워드가 '무지개를 바라보면 마음이 뛴다'는 시어(詩語)로 표현해 준 것 같다. 무지개는 날씨를 알려주는 기상현상일 뿐만 아니라 유대인들에게는 여호와 하나님이 인간에 대한 사랑의 징표로 펼쳐 보이는 것이다.

구약에서 하나님은 이 세상이 죄악으로 가득 차자 심판을 내리기로 결심했다. 오직 의롭게 살고 있던 노아의 가족만 커다란 방주를 만들게 하여 구원해 주고, 큰 비를 내려 악으로 가득 찬 모든 인간을 심판했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큰 홍수를 불안해하는 노아와 그의 가족, 지구상의 자연계에 '무지개 언약'을 내려준다.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의 세상과의 언약의 증거니라"(창913) 앞으로는 결코 인류를 홍수로 심판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그 징표로 구름 가운데 무지개를 두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지개 언약'은 우리들에게 전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홍수 심판으로부터의 불안을 떨쳐주고 자유를 보장해주는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를 향한 여호와의 무한한 사랑의 징표요, 위로의 메시지인 것이다.

무지개란 한쪽 하늘에 떠 있는 빗방울에 의해 반대쪽에서 오는 햇빛이 반사·굴절·분광되어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이다. 무지개는 하얀 햇빛이 공기와 물 사이를 지나는 순간 여러 가지 색깔로 휘어지는 굴절 현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굴절은 빛의 색깔들이 각기 다른 속도로 빗방울 속을 지날 때 발생하며, 빨강 색은 보라색보다 약간 더 빠르게 통과한다. 이러한 속도 차이로 인해 일곱가지 색깔로 나누어지는 분광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태양 광선에 42도의 각도로 반사되어 대류권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상현상으로 우리의 눈에 보인다.

여호와가 무지개를 언약의 징표로 삼은 것은 지구상 어느 곳에서나 생길 수 있고 볼 수 있는 보편적 기상현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상 어느 곳에 있더라도 하늘에 무지개가 떠오르면 "이 세상이 죄악으로 가득 차고 용서할 수 없는 악이 횡행할지라도 하나님은 우리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는 표시구나." 생각하라는 것이다.

"비가 너를 위협할 때마다 무지개를 보아라. 그것은 청명한 날을 주겠다는 나의 약속이다." 그래서인지 독일에는 무지개를 보면 그 후 40년간은 좋은 일만 생긴다는 속담도 있다.

무지개가 가지고 있는 상징과 신화는 세계적으로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무지개는 하늘과 땅, 즉 신의 영역과 인간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橋梁)라는 것이다. 신(神)을 나타내는데 있어 성경에서만 무지개의 상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요한계시록에서 천사의 머리 위에 있는 무지개는 영어로 rainbow라 쓰고 있으나, 그리스어 성경에서는 이리스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이리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메신저 역할을 한 무지개 여신의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천상의 선녀들이 목욕하러 내려올 때 무지개를 타고 온다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절에 가보면 무지개 위에 불상이 정좌하고 있는 모자이크 벽화를 볼 수 있는데 불교에서의 무지개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일곱 계단을 뜻한다. 또한 무속신앙에서 용한 무당을 무지개 무당이라 부르는 것도 무지개가 천상과 인간계를 이어주는 통로라고 보기 때문이다. 고사떡에 무지개떡이 오르는 것도 무지개가 소원을 들어줄 천제(天帝)와의 통로를 가리키는 것이다.

기독교권에서 무지개가 하나님의 현현이나 사람과의 언약, 사랑을 나타낸 것이라면, 다른 문화권에서는 무지개는 하늘과 사람의 간격을 이어주는 생활의 지혜로 자리 매김 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무지개가 하늘과 땅(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어린 시절 무지개를 향해 손가락질하면 생손을 앓는다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북미 인디언들에게도 손으로 무지개를 가리키면 손가락이 구부러지거나 병이 든다는 속설이 전해진다고 하니 그 사고의 유사성이 놀랍기만 하다.

어린 시절, 무지개가 뜨면 친구들과 무지개 끝을 향해 달려가던 기억이 있다. 무지개가 끝나는 땅에 보물이 묻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커다란 진주를, 그리스에선 황금 열쇠를, 아일랜드에선 금시계를, 노르웨이에서는 황금 병(甁)을 얻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무지개는 다가갈수록 그 모양을 유지하면서 뒤쪽으로 물러선다고 했다. 그러니 그 누구도 무지개의 끝에 도달하지 못할 수밖에….

무지개는 기상현상으로는 유일하게 모든 문화권에서 좋은 징조로 사용된다. 상징학에서도 무지개는 희망과 평화의 상징으로 그려지고 있다. 기상학적으로도 무지개가 뜬다는 것은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나타날 징조이니, 비가 올 때는 오더라도 맑은 하늘아래서 기분 좋은 일을 예감하게 하는 무지개가 자주 떠올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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