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기다리는 붉은 능소화 장마의 위력이 거세게 몰아치는 한주였습니다. 집앞 살구나무, 여린 잎 하나 피하지 못한 채 이파리는 이파리대로 가지는 가지대로 몸은 몸째로 흔들렸습니다. 저러다 부러지지 싶은데도 용케도 버티고 서서 빠꼼해진 하늘을 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강한 것이 부드러워질 때가 있다면, 부드러운 것이 강해지는 때도 있습니다. 살랑 바람에도 꽃잎 사르르 흔들리는 능소화 쓰러질 듯 휘청, 담장을 넘어가지만 바람 앞에 더욱 단단해집니다. 꽃빛만으로도 당당함이 드러나는 능소화는 치마폭 넓게 펼쳐 놓고 세상을 다 품으려다가도 돌아서면 뚝, 눈물로 지는 여인입니다. 사랑을 기다리다 독을 품고 죽은 여인의 전설처럼 마지막 순간 통째로 지는 모습은 도도하기 그지없습니다. 능소화, 그녀는 아직도 사랑을 기다리는지 장맛비가 적셔 놓은 골목길을 환하게 받쳐 들고 담장을 기웃댑니다. 저작권자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숙자 기자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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