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43>
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43>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2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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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적틀

볏짚을 이용, 새끼로 엮어 낸 농사용 자리-거적

엉성하고 가벼워 깔개나 농산물 덮개등으로 자주 사용
잎담배 수매에 많이 쓰이고 화장실 덧문으로도 사용

늙은 아비 엉근손 '한 올 한 올' 세월을 엮네
가는 새끼 꼬아 돗자리 짜듯 1.5m 정도 길이로 엮어내

70년대 이전 농촌에는 땅바닥에 농산물을 놓을 때 자리로 깔던 '거적'이라는 물건이 흔했다. 볏짚으로 엮은 '거적'은 가마니와 멍석등과 같이 농가에서 땅바닥에 깔아 흙이 묻지 않도록 그 위에 놓는 도구로 폭넓게 쓰였다. 거적은 새끼를 날줄로 볏짚을 두툼하게 엮어 낸 '자리'인데 틈새가 엉성해 크기가 작은 벼알이나 콩 등은 그위에 놓을 수 없고, 크기가 큰 고구마나 감자, 호박, 담배잎 등을 놓았다. 특히, 농촌의 환금작물인 잎담배를 따서 건조실에 쪄 말려 보관하기 위해 거적으로 포장했고, 추후 전매청(과거에는 담배가 전매사업이었음)에 수납할때 잘손질한 황색 잎담배를 등급별로, 알맞은 무게를 만들어 거적으로 싸서 수납을 했다. 거적을 총총히 엮은(짠것) 것은 멍석대용으로 밭에서 따낸 붉은 고추를 말리거나 산나물, 호박고지, 일부지방에서는 집에서 먹는 곶감을 말리는 데도 쓰일만큼 농가마다 요긴하게 쓰여 농한기에 몇장씩 만들어 보관하곤 했다. 거적은 가을에는 농산물 건조용으로 쓰이고 늦가을 마늘을 심은 뒤 엄동설한을 견뎌내기 위해 짚으로 덮은 위에 거적을 덮어 보온했고, 멍석보다 가벼워 쉽게 옮길 수 있어 아무곳에나 펴기만 하면 여러사람이 앉아 담소하는데도 제격이었다. 가난한 서민들은 거적을 부엌문이나 화장실문으로도 사용했다. 거적은 돗자리를 짜듯이 나무로 만들어 홈을 파서 알맞은 높이로 세운 '거적틀'에서 짜낸다. 거적은 가는 새끼를 꼬아 주먹 크기의 돌이나 나무방망이에 실패에 실감듯이 여러개를 감아 준비하고 거적틀에 새끼줄을 걸은 다음(날줄) 볏짚을 추려 5가닥정도씩 가지런히 놓고 돗자리 짜듯이 1.5m정도 길이로 엮어나간다. 거적의 길이는 필요에 의해 다양하게 엮는데 대략 3m, 5m 길이로 짜낸다. 거적을 짚으로 엮는 것은 짚이 부드럽고 가벼우며 농산물 부산물이어서 쉽게 구할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80년대 산간벽지를 취재하면서 강원도와 충북 단양 의풍지역 화전민들이 볏짚대신 억새를 베다가 거적을 만든 것을 본적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붉은 고추와 애호박을 썰어서 억새거적에서 말리고, 겨울 김장 김칫독을 거적으로 엮어 덮는 집도 있었다. 그 당시 농사용 비닐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한지에 콩기름을 적셔 담배모자리에 싸리나무를 휘어 그위에 덮고 바람을 막기 위해 거적으로 네귀퉁이를 울타리처럼 막아 담배농사를 짓던 풍경을 자주 볼수가 있었다.

거적은 가는 새끼를 꼬아 엮기도 하지만 칡껍질을 벗긴 갈포끈이나 노끈으로 엮기도 하는데 거적을 짜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집집마다 거적틀을 만들어 놓고 농한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제작을 했다.

현재 농촌이 피폐되고 비닐하우스가 개발되면서 거적을 사용하던 시대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지금은 흑백사진속에서나 거적틀을 볼수 있게 됐다. 지금도 일부 농촌에 남아 있는 거적을 살펴보면 일면 허름해 보이지만, 당시에는 사용하는 용도가 많아 상업용으로 대량 생산하던 중소기업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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