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31>
궁보무사 <131>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7.2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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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팔결성 처녀씨가 마르지는 않겠어!"
19. 소용돌이 속에서

다음날 아침,

팔결성주 오근장의 X이 불태워졌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한 한벌성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 그거 참 잘됐다!"

"화끈했겠는데!"

"거 참! 남의 일에 안 됐다고 할 수도 없고. 아무튼 잘되긴 잘됐구먼!"

"이제 덕분에 팔결성 처녀씨가 마르지는 않겠어!"

"그러게 사내란 모름지기 자기 X대가리를 제대로 잘 다루고 간수해야만 되는 법이여! 아무 곳에나 휘둘러댔다가는 꼭 그렇게 당하고 만다니까."

"그런데 죽지유(竹脂油)라는 게 뭐야 하필이면 그걸 왜 거기에다 처발랐대"

"몰라, 어쨌든 간에 그런 걸 발랐으니 죽지유, 어디 살겠어유."

이렇게 수군거리는 한벌성 사람들의 얼굴 위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환한 미소가 띠워져 있었다. 이것은 거의 축제 분위기나 다름없어 보였다.

이렇게 팔결성주 오근장의 X이 불태워졌다는 소문이 한벌성에까지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지리적으로 두 성(城)이 가깝기도 할뿐더러, 하필이면 어젯밤 갑작스레 오근장 성주의 X에 불이 붙어버려 불을 끈답시고 우왕좌왕해대는 바람에 기밀 유지가 되지를 않아 그만 일반 백성들에게까지 그 사실이 알려지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범인 여자를 잡는답시고 비상 북을 요란하게 두드리는 등 온갖 법석을 다 떨어댔으니 오죽이나 잘 알려졌겠는가

그런데 바로 이 시각쯤,

그러니까 모두들 아침식사를 막 시작하려고 할 무렵,

팔결성 안으로 터덜거리며 들어오는 외지인(外地人) 몇 명이 있었다.

이들은 밤새껏 잠 한숨 못자고 먼 길을 걸어왔는지 몹시 피곤하고 지쳐보였는데, 저 멀리 남쪽에서 명기 여자를 데리고 왔던 바로 그 강치 일행이었다.

원래 이들은 애써 데리고 온 명기 여자를 팔결성에 비싼 값을 받고 팔아넘긴 후, 한벌성 율량 대신의 지시를 받은 봉명의 말에 따라 고향으로 되돌아가려다가 아무래도 뭔가 크게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 명기 값이 얼만데! 특히 저런 명기는 당장 데려다가 딴 데에 팔아먹어도 충분히 그 값어치는 빠지고도 남는데.'

그래서 이들은 이런저런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봉명과 헤어진 바로 직후 저 멀리 서남쪽 방향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돌려가지고 밤새껏 걷고 또 걸어 지금 이렇게 팔결성 안으로 몰래 들어온 것이었다.

물론 이들은 자기들이 데려왔던 명기 여자가 한벌성 율량에 의해 감쪽같이 바꿔치기 당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고, 그저 지금쯤 팔결성 성주가 명기 여자에게 흠뻑 빠져서 기분이 몹시 좋아있으리려니 생각하고는 혹시라도 그 대가로 뭔가 괜찮은 걸 한 아름 듬뿍 선물로 얻어갈 수 있지는 않을까하여 지금 이렇게 먼 길을 돌고돌아 팔결성 안으로 막 들어오는 중이었다.

"어허! 기름진 오창 평야에서 생산된 쌀을 먹고 사는 탓인지 이곳 성 사람들은 희멀건 하게 잘 생긴데다가 때깔마저 무척 고와 보이는구먼!"

강치는 오가는 팔결성 사람들을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나름대로 감탄한 듯 이렇게 중얼거려보았다.

"이봐! 당신들은 뭐요 어디서 온 사람들이요"

성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 두어 명이 뭔가 수상쩍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강치 일행 앞으로 다가와 이렇게 물었다.

"우리 우리들이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하하하. 그걸 알고 나면 아마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지실 것이외다. 으흐흐흐" 강치는 거드름을 피워가며 다가온 병사들에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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