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28>
궁보무사 <128>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7.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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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릉이 아끼고 사랑하는 어린 첩도 감방으로 끌려오는데…"
16.소용돌이 속에서

두릉의 오른팔 격인 심복부하가 저 멀리 만뢰산에서 참숯 장사를 하던 백곡이라면 왼팔 격쯤 되는 심복부하는 큰 처남(妻男) 정북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여인의 남편에게 해를 가했다는 상급자가 바로 자기 처남 정북이었다니. 여인은 몹시 난감해하는 두릉의 지금 심정을 환히 꿰뚫어보고 있는 듯 얼른 정중한 태도를 갖춰서 다시 말했다.

"어쨌든 저의 남편은 지금 저쪽 감방 안에 갇혀서 이 모든 걸 크게 뉘우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사옵니다. 하급자로서 자기 상관의 기(氣)를 살려드리는 것도 하나의 충성일진대 그러지 못했던 것은 순전히 자기 실수요 잘못이라고 말입니다. 어머! 그, 그런데."

갑자기 여인은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곳을 향해 약간 소란스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두릉 역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안, 안되겠네요. 제가 잠시 피해있어야지."

여인은 가져온 물주전자를 집어 들고 황급히 일어났다.

"잠깐! 빼놓았던 이 헝겊뭉치를 내 입 안에 다시 집어넣고 가거라"

두릉이 여인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 그럼 불편하실 텐데요"

"아니다. 네가 나를 도와준 것이 놈에게 만약 발각되던가하면 네가 무슨 곤혹을 치르게 될는지 알 수 없지 않느냐 자. 어서 빨리 내 입안에 그걸 도로 집어넣으려무나."

"하, 하지만."

"어허! 빨리. 누가 들어오기 전에 어서 서둘러라. 내 입 안에 헝겊 뭉치가 물려져 있는 것을 저들이 보고 만약 내가 불편하겠다고 생각을 한다면 얼른 알아서 빼내 줄 것이고, 원래부터 나를 괴롭히고자 이렇게 해둘 작정이었다면 그냥 그대로 둘 것이 아니겠느냐 자, 어서."

두릉은 이렇게 말하며 입을 딱 벌렸다. 여인은 잠시 머뭇대다가 지금 상황으로선 어쩔 수 없다는 듯 헝겊뭉치를 집어가지고 두릉이 벌린 입 안에 쏙 집어넣어주고는 급히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왁자지껄하는 소리와 함께 어두컴컴한 이 동굴 감옥 안으로 일단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듯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으으응'

두릉은 갑자기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지금 막 동굴 감옥 안으로 들어온 자들은 이곳 감옥을 지키는 병사들인 것 같은데, 그들이 억지로 잡아끌고 들어온 여인은 어둑어둑한 조명 속에서도 두릉이 무척 아끼고 사랑하는 어린 첩임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분명해 보인다기 보다 틀림없는 그의 어린 첩이었다. 병사들은 그녀를 개처럼 끌어다가 두릉이 똑바로 마주 쳐다볼 수 있는 바로 앞 감방 안에 내팽개치듯이 집어넣어 버렸다.

"야! 이놈들아. 내가 누군데 이렇게 험히 다루느냐 네놈들은 팔결성 장수 두릉님의 존함도 못 들어보았느냐 그분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나를 네놈들이 감히 이렇게까지 대할 수 있는 거냐 네 놈들이 이러고서도 나중에 살아남을 줄로 아느냐"

간신히 몸을 추슬러가지고 일어난 어린 첩은 쇠창살을 두 손으로 쥐어 잡은 채 악을 쓰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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