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18>
궁보무사 <118>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0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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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에 별안간 부르는것이 너무나 이상합니다"
6. 소용돌이 속에서

두릉이 이렇게 말하며 대강 옷을 걸쳐 입고 나가려하자 어린 첩이 재빨리 두 팔을 벌리며 그 앞을 가로 막아섰다.

"나리! 가지 마십시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밤중에 별안간 부르는 것은 너무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허! 넌 뭐가 뭔지 잘 몰라서 그러는가 본데. 사실은 성주님께서 내게 큰 상을 내려주실 일이 있느니라. 게다가 신하된 도리로서 성주님이 부르신다면 당장 찾아가 뵈어야하는 것 아니냐 자, 어서 비켜라."

"나리! 그래도 뭔가 이상한 예감이 드옵니다. 제발 이번 딱 한번만 술에 너무 취해 몸을 가눌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 가지 말아주십시오. 내일 환한 대낮에 가도 될 일이라면 구태여 이런 밤중에 가실 필요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허! 비키라니까."

"나리! 제가 이렇게 빌겠사옵니다."

어린 첩은 갑자기 무너질 듯 주저앉더니 두릉의 두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졌다.

"놔라! 이 재수 없는 것아! 아까부터 오두방정을 하도 떨어대어 오늘따라 내가 그것도 제대로 헤아려보지 못하게 하더니만 이젠 내가 급히 가야할 길을 막아서느냐"

두릉은 벌컥 화를 내며 커다란 두 손으로 어린 첩을 우악스럽게 잡아떼어 한옆으로 밀쳐놓고는 급히 방문을 열고 나갔다.

"나리! 나리! 제발 가지마시라니까요."

어린 첩은 울며불며 방에서 따라 나왔지만 두릉은 부하 백곡이 가져온 말에 올라타고 급히 서둘러 오근장 성주가 있는 궁을 향해 달려갔다. 두릉은 부하 백곡과 함께 말을 타고 달려가는 도중 팔결성내 거리 곳곳마다 병사들이 평소보다 부산스럽게 움직여대는 걸 보고 뭔가 조금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 곧 오근장 성주를 만나면 자신이 크게 칭찬을 받고 상금을 받게 되리라는 부푼 기대감 때문에 두릉은 이것저것 깊게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오근장 성주가 있는 궁(宮) 안으로 두릉이 들어서자 그와 함께 따라온 백곡을 경비 병사들이 딱 가로 막았다. 그리고 두릉에게는 허리에 차고 있는 칼을 맡기라고 하였다.

야심한 밤중에 장수가 성주를 만나 뵈러 올 때에는 반드시 취해야만 하는 일상적인 일이기에 두릉은 조금도 의심치 않고 순순히 칼을 꺼내어 그들에게 건네주고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바로 그 순간, 끼이익! 하는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와 함께 두릉이 방금 들어왔던 쇠철문이 닫혀졌다. 그리고 사방 주위를 밝히고 있던 수십 개의 횃불이 일제히 꺼져버렸다.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싸움을 벌이는데 능한 장수 두릉을 무력화(無力化) 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두릉이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리려는 데, 갑자기 위에서 뭔가가 뚝 떨어졌다.

튼튼한 동아 밧줄로 엮어서 만든 아주 커다란 그물이었다.

"아아앗!"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두릉이 그물 속에 완전히 갇혀지자 휘이익 휘이익 바람 소리를 내며 거한(巨漢) 세 명이 일시에 튀어나와 그 앞에 우뚝 섰다. 이와 동시에 꺼져있던 주위의 수십 개 횃불들이 일제히 환히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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