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슬로베니아 최고 관광 명소인 블레드
<37> 슬로베니아 최고 관광 명소인 블레드
  • 엄갑도 <전 충북중앙도서관장>
  • 승인 2012.03.1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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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갑도의 발로쓰는 발칸반도 여행기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블레드섬과 그 속의 성모승천교회
동화 같은 풍경… 줄리앙 알프스의 보석

엄갑도 <전 충북중앙도서관장>

드디어 고요하고 평화로운 호수마을, 블레드 성 밑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6시 40분경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비탈진 길이었다. 성문 안으로 접어드니 경사는 더욱 심해지고 가팔라졌다.

이윽고 제1정원 전망대에서 바라보게 되는 블레드 호수, '아!'하는 감탄의 소리가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광경이 눈 아래 전개되고 있었다. 석양에 빤짝이는 에메랄드빛의 푸른 호수, 호수 주변을 둘러선 별장들과 마을의 고혹적인 정경, 호수 한 가운데 떠있는 작은 섬과 그 섬 속의 그림 같은 성모승천교회, 마치 동화속의 풍경처럼 아름다웠다.

줄리앙 알프스 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이 호수는 알프스의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이 해발 500m 분지에 고여 이렇게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호수의 길이는 2120m, 폭은 1360m, 깊이는 30m, 둘레는 약 7Km 이며 걸어서 2시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고 한다. 이 블레드가 유명해지게 된 것은 1850년 좋은 미네랄이 다수 함유된 광천수를 발견한 스위스의 아놀드 리콜디 의사가 이곳에 요양소를 설립한 이후 전 유럽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제1정원 전망대에서 블레드 호수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전경에 넋을 잠시 빼앗겼던 우리는 다시 이 블레드성을 찬찬히 둘러보기로 했다. 블레드 호숫가 100m 높이의 언덕에 우뚝 솟은 이 블레드성은 1004년 독일 황제 헨리 2세가 브릭센 대주교에게 이 블레드 영토를 하사하면서 만들어진 성이라 한다.

처음에는 높은 언덕의 비탈에 로마네스크 양식의 탑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 후 많은 건물이 증축되어 견고한 요세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이 성은 눈 아래 펼쳐지는 이 아름다운 경치 때문에 800여 년간 유고슬라비아 왕가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가장 높은 곳에 왕가의 별장으로 사용하였다는 건물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왼쪽의 작은 건물은 바로크양식으로 개조된 모습의 성당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프레스코 벽화가 훌륭했다.

이 박물관에는 이 지역에서 발굴된 7000년전에서부터 4만년전의 유물들을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시대로 분류하여 전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검과 갑옷 등이 진열되어 있었고 가톨릭 성당의 전례로 사용되던 성광과 성합도 전시되어 있었다. 성안의 건물들은 소박하고 평범했다. 그 밖의 별채들과 잘 가꾸어진 정원들을 살펴본 후, 다시 버스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갔다.

호수 가에는 잘 조경된 아름다운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한적한 호수 주위를 걸으며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는 여유를 짧은 시간이나마 가져보았다.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줄리앙 알프스가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고, 산허리를 타고 꿈틀거리며 흘러가는 구름 또한 여유로워 보이는데, 아름다운 물빛의 호수위로 100m 높이의 바위 절벽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위에 한 폭의 풍경화인 듯, 조금 전 우리가 갔던 블레드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외관이 어떻게나 환상적인 정경으로 펼쳐지고 있는지 숨이 멎을 듯 했다.

그리고 호수가를 둘러선 아름다운 별장들, 바로 뒤편에 유고 연방시절 티토 대통령 별장이 있었다. 티토는 이곳에 별장을 지어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하여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고 한다. 한 때 티토와 북한 김일성이 바로 이곳에서 정상회담을 했는데, 김일성은 회담이 끝난 후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어 일정에 없는 2주간을 더 머물었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호텔 빌라 블레드라는 이름으로 레스토랑과 호텔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호수 한 가운데 떠 있는 그림 같은 섬이 손에 잡힐 듯 앞에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그 섬을 갈 수가 없게 되어 안타까웠다. 그 섬으로 가자면 사공이 노를 젓는 전통 나룻배인 '플레타나'를 타고 가야하는데 시간이 늦어 배가 뜨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늦게 온 죄를 어디다 하소연하랴. 아쉽지만 아름다운 섬을 눈앞에 두고 설명만 들어야 했다. 15분 쯤 배를 타고 블레드섬에 도착하면 왼쪽으로 난 99계단 길을 올라가게 된다.

섬 위에는 작지만 유서 깊은 바로크 양식의 성모마리아 승천 성당이 서 있어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고 한다. 이 성당 안에는 16세기에 지은 50m 높이의 흰 종루가 있는데, '기원(祈願)의 종'이라고 한다. 소원을 빌며 이 종을 쳐서 소리가 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종을 친다고 한다.

우리도 소원을 들어준다는 성당의 종을 울렸어야 했는데. 아쉽다! 우리는 이곳에서 종루를 바라보면서 소원의 기도만 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감사하면서 말이다. 원래 이 성당은 슬라브인들이 지바 여신을 모시던 신전이었는데 8세기에 그리스도교로 개종하면서 성당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한적한 호수 주위를 걸으며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던 나는 호숫가 벤치에 앉아 고요를 즐겨 보았다. 한없이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벤치에 앉아 사색에 잠겨 있고, 아직 자기 집을 찾아가지 않고 한가로이 헤엄치고 있는 오리 떼들을 보면서 또 다른 여유를 본다.

어느 듯 석양의 잔광에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블레드 호수 물빛과 주위의 아름다운 경관이 하늘을 타고 흘러내려온 노을로 붉게 물들고 잔물결이 일 때 호수는 반짝이며 붉은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적막의 깃을 내리고 있었다. 이 순간 어떻게든 서산에 잠겨드는 해를 자꾸만 붙잡고 싶었다. 그러나 어쩌랴! 자연이 빚어놓은 실로 엄청난 예술품 앞에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고 있음만을 즐겨야 할 뿐이었다.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을 만큼 블레드 호수의 일몰의 장관은 강렬하고도 아찔했다.

이렇게 해서 '알프스의 눈동자'란 별명을 가진 블레드 관광을 끝내고 늦은 시간 버스를 타고 이 나라의 수도 류불랴나로 향했다.
위로부터 티토 대통령의 별장, 현재는 호텔 빌라 블레드로 레스토랑과 호텔로 사용, 바위 절벽 위 동화 속 풍경 같은 블레드성과 호수 주변 경관, 블레드성에서 내려다보이는 평화로운 블레드 마을 전경, 소박한 발레드 성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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