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은퇴한 로마 황제가 건설한 고대 로마도시 스플릿
<33>은퇴한 로마 황제가 건설한 고대 로마도시 스플릿
  • 엄갑도 <전 충북중앙도서관장>
  • 승인 2012.02.1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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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갑도의 발로쓰는 발칸반도 여행기
폐허된 동문 성벽 유적
아드리아해 낭만 가득 살아 숨쉬는 고대 유적

엄갑도 <전 충북중앙도서관장>

아침 7시 30분경 사라예보를 출발했다. 행선지는 크로아티아의 아드리아 해안의 관광휴양도시 스플릿이라 한다. 스플릿까지의 거리는 약 320Km 정도이며 약 6시간이 소요된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긴 여정이 아닐 수 없었다. 다행이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였다.

아름다운 풍광… 이국적 정취 물씬

차창 밖으로 비쳐지는 풍광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기암괴석을 형성하고 있는 회백색의 바위산, 네레트바강의 맑디맑은 비취빛 강물, 그윽한 협곡 등의 아름다운 풍광 등을 감상하면서 오느라 차창에서 눈을 떼어 놓을 수가 없었다. 국경검문소 출입국 절차를 밟고, 크로아티아로 다시 넘어와 모소로산을 넘어 아드리아해안에 자리 잡은 스플릿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반경이었다.

20만 여의 인구가 거주하는 스플릿은 예로부터 '달마시안(크로아티아 남서부 아드리아해海 가장자리를 끼고 있는 해안지방)의 황홀한 꽃이라 불리는 곳으로, 무역 중심지로 번창하였던 중요한 항구 도시였다고 한다. 이곳은 295년 로마 황제 디오클라티아누스에 의하여 건설된 도시라고 한다. 그 후 많은 세력의 쟁탈지가 되었으나 1945년 이래 크로아티아에 속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드리아해안의 관광휴양도시로 크로아티아에서 수도 자그레브 다음으로 큰 도시라고 한다.

거대한 스플릿 성곽 앞에서 버스는 멈추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아드리아해의 비취빛 파아란 물결이 빛나고,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길 좌우로 이국적인 키 큰 야자수가 늘어서 있고, 성벽 밑에 쭈욱 늘어선 노천카페와 넓은 공원을 구경하면서 서쪽 성문 안으로 들어와 한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시장한 김에 맛있게 점심을 먹은 우리는 서둘러 관광길에 올랐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들어선 길은 좁은 골목길이었다. 기네스북에 올라있을 만큼 제일 좁은 거리, 이름하여 'Let me pass'라 한다. 이 골목을 조금 지나오니 주피터 신전이 있었고, 이 신전을 장식하기 위하여 이집트에서 가져온 스핑크스가 있었는데 머리가 깨어져 있었다. 조금 더 걸어 나오니 바로 페리스틸 중앙 광장이 나타났다.

세계문화유산 디오클레티안 궁전

로마 유적가운데 웅장하면서도 보전상태가 가장 뛰어나다는 28000㎡가 넘는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디오클레티안 궁전이 펼쳐져 있었다. 이 유적은 1979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 바로 전의 황제 디오클레디아누스가 건설하였다고 한다. 이 황제는 병사에서 황제에 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디오클레티아누스는 가장 강력하게 기독교도를 박해한 황제로 이 시기를 기독교 역사에서는 '대박해시대' 라 부른다.

그는 황제 퇴임 후 남은 여생을 자신의 고향인 이곳 스플릿에서 보내기 위해 이 궁전을 지었다고 한다. 난공불락의 요새화된 성벽과 주택 등 건물 대부분은 스플릿 앞바다의 브라체섬에서 캐온 석회암과 그리스 이태리에서 수입한 대리석, 그리고 이집트에서 기둥과 스핑크스를 가져와 완공했다고 한다.

이 성벽에는 4개의 문이 있는데, 동쪽은 은의 문, 서쪽은 철의 문, 남쪽은 청동의 문, 북쪽은 황금의 문이라고 명명하고 있다고 한다. 바다 쪽은 황제와 친척이, 반대쪽은 군사들이 거주했다고 한다. 황제가 죽은 후 이곳에 묻혔으나 지금은 이곳에 성당이 건축되어 도미니우스 성당이라고 한다. 이 성당은 60m 높이의 종탑, 이집트에서 가져왔다는 검은 스핑크스와 석회암 기둥이 열 지어 있는 열주광장과 함께 바로 광장 중심에 버티고 있었다.
그레고리우스 닌 주교 동상 앞에서

행운을 주는 그레고리우스닌 동상

궁전 가운데로 들어가서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천정이 뚫린 돔 모양의 둥근 홀이 있는 곳으로 우리들이 들어서니 아카펠라 중창단이 나타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둥근 건물 구조가 기가 막힌 음향효과를 내어주어 무척 아름답게 들렸다. 노래가 끝나고 감동의 박수를 쳐주자 CD구입을 권하기도 했다. 궁전 이곳저곳을 구경한 우리는 궁전 골목길을 따라 황금의 문이라는 북문 쪽으로 나왔다.

멀지 않은 곳에 10세기 크로아티아의 그레고리우스닌 주교가 성경을 들고 있는 거대한 동상이 서 있었다. 이동상은 메슈트로비치가 1929년 제작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는 로마 교황에게 미사와 설교를 라틴어가 아닌 크로아티아어로 해달라고 설득한 사람이다. 오른발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전설이 있어서 이곳을 지나가는 관광객들은 한번씩 만지고 가는 바람에 주교의 엄지발가락은 반질반질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도 호기심이 발동하여 한 번 만져 보았다.

우리는 다시 서문 쪽으로 돌아 나와 나로드리나 광장에 있는 크로아티아의 유명한 문학가 마르코 마루리치의 청동상을 구경한 후 이곳에서 다시 모이기로 약속하고 30분간의 자유 시간을 가졌다.

1700년전 역사 간직한 박물관 도시

강교장과 나는 그 옛날의 향기가 물씬 묻어나고 있는 돌길로 된 운치 있는 길을 걸으면서 궁전 이곳저곳을 살펴보기로 했다. 동서 181m, 남북 215m 규모의 궁전 건물은 두께 2m, 높이 20m 가 넘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궁전 안에 있는 200여개 건물에 3000여명의 주민들이 현재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여기저기 곳곳에 빼곡했다. 그런가 하면 곳곳에 허물어진 궁전 터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아치 모양의 창은 오래 전에 벽돌로 막혀 있는 것을 보면서 영고성쇠를 느낄 수 있었다.

동문 쪽 거리는 비교적 한산하고 동문 입구 거리에는 노점상 같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성벽 밖으로도 기념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도 손자 손녀들에게 줄 기념품을 몇 개 샀다. 어느덧 약속 시간이 되어 나로드리나 광장으로 갔다.

다시 모인 우리는 페리스틸 중앙광장을 지나 궁전 정문인 남문을 찾아 들었다. 남문은 상인들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지하 통로였다. 옛날에는 궁전 지하 창고였던 곳에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들어서 있었다. 이 바다 쪽으로 향한 남쪽 청동문은 옛날 황제의 주거 공간과 직접 통하였다고 한다.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계속 나왔더니 바로 남문이었다. 마리안 해변이 나타났다. 이렇게 해서 스플릿 궁전 관광을 끝내게 됐다. 한마디로 스플릿은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안에 1700년 전의 고대 로마 유적과 중세 유럽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지닌 박물관이었다.
열주랑 궁전 유적과 도미니우스 성당 종탑
궁전 밖 해변 공원 풍경
궁전 지하 통로에 설치된 기념품 가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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