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13>
궁보무사 <113>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2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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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속눈썹 파시거나 사실 분!" 양지가 암구호를 외쳤다

소용돌이 속에서 1.

“아니, 웬 북소리야”
미호강가 잔뜩 우거진 기다란 수초(水草) 틈 사이에 몸을 웅크린 채 숨어있던 어느 누가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깜짝 놀라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글쎄……. 이거 심상치 않은 북소리인데 혹시 한벌성 사람인 우리가 여기에 몰래 숨어있다는 걸 알아챈 건 아닐까”
또 다른 어느 누가 잔뜩 긴장이 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아닐 테지. 만약 우리들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알았다면 소리 소문 내지 않고 몰래 다가올 것이지 왜 저렇게 북을 치고 요란을 떨겠나”
“어쨌든 저 팔결성 안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긴 벌어진 모양인데”
“그러게 말이야.”
“으음음……. 어쨌거나 저런 북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영 찝찝해지는데…….”
 지금 이렇게 으스름한 달빛 아래 우거진 수초(水草) 사이에 몸을 숨긴 채 작은 목소리로 말을 주고받는 네 명의 사내들은 일을 마친 양지가 이곳으로 찾아오는 즉시 안전하게 배에 태워가지고 한벌성으로 데려오라는 부용아씨의 명령을 받은 자들이었다.
물론 이들은 양지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팔결성 안에 들어가 무슨 일을 저지르고 돌아오는 지를 전혀 알 리가 없었다. 단지 그들은 이곳으로 급하게 달려오는 젊은 여인이 있으면 간단히 신분을 확인해 보고난 다음 그대로 배에 태워가지고 한벌성으로 무사히 데려오라는 밀명(密命)을 부용아씨에게서 받고 왔을 뿐이었다.
“아, 그나저나 이걸 어쩌지 대개 저런 기분 나쁜 북소리가 울리고 나면 머잖아 팔결성 군사들이 횃불을 집어 들고 이곳저곳 샅샅이 뒤지곤 한다는데…….”
“그러게 말이야. 아! 아! 날은 점점 더 어두워져 가는데 와야 할 사람은 아직껏 코빼기조차도 보이지 않고 있으니……. 이거 정말 큰일이로구만.”
“자칫하다가는 여자 하나 때문에 우리 인생 망치게 생겼잖아!”
“굳이 여자 때문에 인생을 망칠 수밖에 없는 거라면 차라리 그 예쁘고 좁디좁은 구멍 속에 퐁당 빠져서 뒈지는 편이 훨씬 더 난건데.”
“내 말이 바로 그 말일세.”
이들이 겁에 바짝 질린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떠들고 있는데 이때 저 만치에서 이곳을 향해 헉헉거리며 달려오고 있는 사람 그림자 하나가 얼핏 보였다. 바로 여장(女裝)을 한 양지였다.
“이크! 누가 온다! 조용히!”
모두들 입을 꼭 다물고 그들을 향해 급히 다가오는 사람을 가만히 주시했다.
“개구리 속눈썹! 개구리 손눈썹을 파시거나 사실 분! 여기 안 계세요”
그들이 숨어있는 곳으로 바짝 다가온 양지가 숨이 몹시 찬 듯 헐떡거리며 이렇게 급하게 외쳤다. ‘개구리 속눈썹’이라는 것은 그들에게 자기 신분을 확인시켜주기로 약속한 일종의 암구호였다.
“저어, 올챙이 뒷다리는 무사히 뜯어오셨나요”
 숨어있던 사내들 중 어느 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양지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건 못 뜯어오고 그 대신 개다리 하나 뜯어왔지요.”
이렇게 정해진 암구호를 서로 주고받으며 피차간에 신분 확인을 마치고나자 비로소 사내들은 안심을 하고 숨어있던 수초 사이에서 모습들을 드러냈다.
“우와!”
양지를 똑바로 쳐다보는 순간 사내들의 입에선 자그마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 앞에 서있는 여자(양지)가 너무나도 예뻤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으스름한 달빛이 양지의 잘생긴 이목구비를 골고루 비춰주고있으니, 그 아름다움이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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