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부
우리 집에서 사간 송아지 잘 있는가애 없이 잘 먹고 잘 자라지요
고놈 눈에 삼삼하구먼
안부나 전해주게
제 어미도 몇 날을 새끼 부르다
이에 애를 삭였는지
잘 먹고 잘 있다만
고놈 어린 놈이야 오죽했으랴
꼭 잊지 말게 안부 전하는 거
언제 한번 찾아간다고
고놈 눈에 삼삼하구먼
시집 '아버지의 논'(詩와에세이)중에서
<김병기 시인의 감상노트>
내 손으로 받은 눔 보내고 난 후에 괜히 가슴 한 곳이 휑한 거 아능감. 그 눔 처음 생겼을 제. 애미가 몹시도 애끓이며 걱정하드만. 새벽에 검은 눈 쑤욱 밀고 나와서 겅중겅중 뛰는 몸짓 보며 참 징하게도 핥데. 돈 몇 푼 만지겠다고 팔았는디. 하 글씨 사흘도 못가서 이렇게 안부를 묻능구먼. 제 어미도 얼굴 마니 수척하드만. 그래도 무언 결심이 섰는지. 음석도 꼭꼭 되새겨 멍는 게 시름없어 보이는디. 근데 그 어린 눔이 자꾸만 눈에 발피능겨. 꿈자리 사납게스리. 곧 찾아가야 하겄어. 잘 지내고 있겄지만. 내 맘 편치 않으니 그리움의 기별 먼저 넣어 주고. 누가 저 순한 어미의 마음을 만져 보며 젖이 핑 돌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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