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상위시대라고?
여성 상위시대라고?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1.25 0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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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새해들면서 우먼파워가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만 보더라도 여·야 두 당대표가 여성이다. 여성이 정치계에 맨 앞자리에 이름을 올린 것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사상 초유의 여성정치 시대가 열렸다'는 일각의 시선처럼 박근혜·한명숙이라는 걸출한 여성 정치인이 당의 수장으로 옮겨 앉으며 여성파워와 여성정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통계에서도 여성의 삶은 지난 20~30년 전과는 현격한 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80%를 상회하며 남학생의 대학 진학률을 앞질렀다.

이는 여성의 고학력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남성중심의 사회 구조가 변화해야 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배움을 바탕으로 한 여성들은 전문직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남성 직업이라고 인식되었던 의사직도 2009년 기준 치과의사 4명 가운데 1명은 여성이었으며, 한의사의 여성 비율도 16.4%로 빠르게 늘고 있다. 또 이미 초등교사의 여성화가 문제로 대두될 만큼 초등학교 여성 교원의 비율은 75%를 돌파했으며, 여성 교장의 비율도 20%를 육박하며 높아지고 있다.

간단히 수치로도 알 수 있지만 전후 세대로 자란 어머니 세대와도 확연히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 요즘 현대 여성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를 근거로 과연 여성 상위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성 상위라는 말 자체가 지닌 불합리적 요소를 삭제하더라도 여성 상위시대는 허울 만 요란한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사회 면면을 들여다 보면 임금이나 고용에서 아직도 여성은 차별을 받고 있고, 가족 내에서도 가사와 육아 등을 책임지는 여성의 역할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덩치는 점점 커가는데 옷은 옛날 것을 그대로 입힌 채 밖에 내보내는 꼴이 여성상위시대라고 부르짓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다.

여성들의 활동 영역이 확대되었어도 사회구조적 문제는 제자리이고, 여성 당대표를 계기로 여성들의 정치참여가 더 활발해지고 발전해야 한다는 전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높고 험하다는 뜻을 드러내주기도 한다.

가정이나 사회나 여성들의 파워가 거세진 때문인지 설 명절에 모여앉은 친지들의 담소에는 '여성상위시대'가 자주 거론되었다. 특히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선지 정치권에 대한 각자의 생각은 누가 나온다더라 하는 인물론부터 당세분석까지, 여기에 첫 여성대통령 당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등 다양하게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모계사회로 이동하면서 장모와 사위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섞어가며 여성상위시대를 확인시켜주는 분위기다.

하지만 말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상대적으로 박탈된 남성들의 위상에 자조와 개탄스러움을 빚대어 하는 말이 대부분이다.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거드는 집안일도 남성의 위상과 동일 선상에 두고 스스로 힘없는 남자로 전락시키는 모습은 실망스럽기까지하다.

여성들의 권리찾기가 강하면 강해질 수록 남성과의 괴리감이 더 커지고 있다는 생각을 물릴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사회에서 여성을 필요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 시대정신을 남성과 여성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만 해석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시대착오다. 누구의 상위가 아니라,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평등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상위시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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