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 전달되고 있는 기적
<29>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 전달되고 있는 기적
  • 엄갑도 <전 충북중앙도서관장>
  • 승인 2012.01.1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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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갑도의 발로쓰는 발칸반도 여행기
성모님 상을 둘러싸고 기도하는 관광객들

엄갑도 <전 충북중앙도서관장>

1981년 여섯 어린이에게 첫 목격된 성모 발현
매일 수천명의 순례객 운집… 발현 증언 이어져
한국 사람 통한 최고의 기적 이야기도 전해져

여행 일정에 이 메주고리예 성지 순례가 포함된 것을 보고 얼마나 기뻐했던가. 어쩌면 이번 여행을 결심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2003년도에 프랑스의 루르드와 포르투갈의 파티마 성모님 발현지 성지 순례를 하고, 크나 큰 은총을 입은 바가 있어 더욱 그러하였을 것이다.

이 메주고리예라는 말은 산과 산 사이의 지역이라는 뜻이라 하는데, 이 작은 산골 마을은 1981년 6월 24일 성모님의 발현이 시작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주민들은 크로아티아인으로서 천주교 신자 공동체가 된지 1300년가량 된다고 하며 그 동안 수많은 이민족 침략을 견뎌내었고, 특히 오스만투르크 식민시대와 공산 치하에 있었을 때 천주교 박해 속에서 피를 흘리며 신앙을 지켜 왔다고 한다.

이 메주고리예에서 여섯 어린이에게 목격되기 시작한 성모 발현의 사실이 유고슬라비아 연방 시절, 정부 당국의 비상한 관심 속에 감시를 받고 있으면서도 입에서 입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여 여러 나라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틀림없는 성모님 발현지라는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한다.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인류를 향한 회개와 평화의 메시지, 그리고 앞으로 있을 경고와 기적의 표징을 포함한 발현 흔적 등을 증언하고 있다고 한다.

1981년 이후 각국의 많은 추기경과 주교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제와 수도자들을 포함하여 다녀간 신자의 수가 무려 3천만 명을 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프랑스의 루르드와 포르투갈의 파티마와 함께 전 세계의 신자들로부터 주목받는 성모 발현 성지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아침 8시 30분에 카플리나 모골리예 호텔을 출발했다. 카플리나에서 메주고리예 까지는 약 25Km 정도의 거리라 하는데 산길을 돌고 돌아 오다보니 약 40분이나 걸려서야 메주고리예에 도착할 수 있었다. 2000년에 완공하였다는 이곳 야고보 성당에 도착한 우리는 우선 성모님 발현 장소인 크르니카 언덕으로 가기 위해 그리 가파르지 않는 마을길을 따라 올라 가기 시작했다. 가는 길 좌우에 있는 성물 판매소가 관광 기념물을 파는 가게가 되어 성황을 이루면서 마냥 늘어서 있었다.

 

발현산에 설치된 십자가의 길 14처 중의 하나

 


마을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자 경사는 가팔라지고 뾰쪽뾰쪽한 칼날 같은 돌길에 억센 가시덤불나무와 가시향나무가 늘어선 험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얼마를 올라가자 나무로 만들어 세워놓은 그리 크지 않는 십자가를 만날 수 있었다. 벌써 여기저기에서 깊은 명상과 기도에 잠겨 있는 많은 순례 객들을 볼 수 있었다.

다시 험한 돌길을 조심하면서 한참 올라가니 성모님 발현 제2장소에 발현 당시의 모습으로 세워졌다는 성모님 상이 나타났다. 성모님 상 주변에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둘러서서 고개 숙여 기도하고 있었다. 모두들 어찌나 진지하고 거룩하게 기도를 올리고 있는지 숨소리조차 내기가 조심스러울 정도였다. 나도 조심스럽게 합류하여 정성된 마음으로 묵주의 기도를 올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성모상을 세운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가톨릭 신자 어머니 한분이 손과 팔이 오그라들어 제대로 펴지 못하고 말까지 못하는 아기를 업고 한 달 동안 매일 이 발현산정상에 올라 기도를 했는데 마침내 엄마라는 말과 함께 손발이 제대로 펴지고 걷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아기의 아버지가 이 소식을 한국에서 듣고 이곳으로 곧장 달려와 본당 신부님에게 치유의 은사로 봉헌의 의사를 이야기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한반도의 평화를 담아 이 성모상이 모셔졌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가슴 뭉클한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성모님 상 바로 조금 위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이 세워져 있었다. 성스러운 지역이었다. 수많은 순례 객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기도하고 있었다.

다시 걸음을 빨리하면서 발현산 정상까지 올랐다. 가파른 돌 산길을 오르면서도 그렇게 숨찬 줄을 느끼지 않으면서 정말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끼게 했다.

여기저기 성모님이 발현한 곳에 작은 십자가를 세워놓고 묵주를 걸어 흔적을 표시해 놓은 곳이 보이고, 십자가의 길 14처 중 8처 까지 청동 부조로 만들어 세워놓아 순례 객들이 묵주의 기도를 드리면서 올라올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하늘은 티 없이 맑고 햇빛 찬란히 빛나는 발현산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메주고리예는 아늑하고 평화스럽게 보였다. 축복받은 땅임에 틀림 없었다.

 

수많은 순례객들을 위하여 마련된 야고보성당의 야외예배당

 



저 건너편 산 정상에는 대형 십자가가 보이고 있었다. 저 십자가는 1933년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우박을 동반한 폭풍우가 멈춘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세운 것으로, 14톤의 콘크리트를 사용해 만들었으며 해발 520미터 높이의 산 위에 서 있는 것이라고 한다. 저곳 까지 가볼 시간이 없어 아쉽지만 쳐다만 보면서 성호로 인사를 대신하고 하산을 서둘러야 했다.

하산하는 길에는 각국에서 온 순례 객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은혜로운 발현산 순례를 마치고 야고보 본당 성당으로 내려온 우리는 본당 입구 부근에 세워져 있는 신비의 예수 상으로 먼저 갔다. 예수 상 종아리에서 나오는 성수가 치유의 능력이 있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합류하여 순서를 기다렸다. 이윽고 내 차례가 되어 예수 상 앞에 서니 신비하게도 청동의 종아리 부분에서 마치 땀방울 흐르듯 성수가 흐르지 않는가. 성수의 양은 지극히 적었지만 이 성수를 아픈 부위에 대면 치유의 기적을 일으킨다고 하였다.

나는 손수건으로 성수를 조금 받은 후 기다리는 뒷사람을 위해 바로 내려왔다. 참으로 은혜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시 우리는 길옆에 설치되어 있는 모자이크로 조각된 기도처, 많은 순례 객들을 위해 마련된 야외 예배당, 성당 앞마당에 세워져 있는 성모님 상 등 이곳저곳을 경건한 마음으로 돌아본 후 본당 성당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서니 마침 낮 미사가 봉헌되고 있었다. 아! 얼마나 은혜로운 일인가. 이렇게 해서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예정에 없는 미사에 참례할 수 있는 은총을 입을 수 있었다.

 

성모님 상 위쪽에 있는 예수 십자가상 앞에서
신비의 예수 상에서 나오는 성수를 받고 나와 선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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