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12>
궁보무사 <11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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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년을 어서 당장 잡아들여라! 어서 빨리 잡아와!"
30. 오근장의 최후

"무 무슨 일인가"

밀실 안으로 맨 먼저 뛰어 들어온 외평 무사가 지금 문 앞에서 얼쩡거리는 양지에게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쥐, 쥐를 잡아주세요. 저기에 쥐가 나타났어요."

양지가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턱짓을 하며 말했다.

"뭐. 쥐를."

"쥐가 있어"

"방 안에 쥐가 있다니."

아직껏 자초지종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삼외 무사들은 그제야 무섭게 날뛰고 있는 오근장 성주를 발견하고 얼른 그 앞으로 다가갔다.

"성주님! 왜 그러십니까""쥐, 쥐가 어디있…."

"아이고, 이놈들아! 빨리 꺼라. 빨리."

오근장 성주가 불이 붙어진 자기 아랫도리를 손가락으로 얼른 가리켜 보이며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제야 삼외 무사들은 깜짝 놀라 오근장 성주의 몸에 붙은 불을 서둘러 끄기 시작했다. 이불로 탁탁 치고 급히 물통을 가져와 마구 뿌려대고….

이들이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서 양지는 재빨리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마침내 복수를 했어! 아주 통쾌하고도 멋지게 내가 복수를 했단 말이야!

아! 아! 아버님! 어머님! 기뻐해 주세요.

제가 해냈어요. 원수놈 오근장의 X에 뜨거운 불을 붙였단 말예요. 원수놈 오근장은 이제 두 번 다시 그것을 써먹지 못할 것이니 안심하고 편안히 눈을 감으세요.

양지는 속으로 이렇게 마구 외치며 황금 그릇을 옆구리에 낀 채 죽을힘을 다해 힘껏 달리고 또 달렸다.

그가 이곳으로 오기 전에 팔결성을 몰래 빠져나와본 경험이 있던 부용아씨의 시녀로부터 탈출 경로를 소상히 전수 받았기에 양지가 팔결성을 빠져나가는 데에는 그다지 큰 어려움이 없었다.

'미호강가 약속된 바로 그 장소로 내가 가야만 해. 그 곳으로 가야만 내가 살 수가 있어! 아니, 내가 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번 성공적인 거사를 한벌성 부용 아씨께 꼭 알려드려야만 한단 말이야.'

양지는 돌부리에 채여 넘어졌어도 곧바로 다시 일어나 약속된 미호강 쪽을 향해 거의 필사적으로 달려갔다. 저녁이 다 된 지금, 양지가 달려가는 곳에는 저녁 노을 빛을 받아 땅거미가 점점 어둑하게 깔리고 있었다.

팔결성 수비대장 주중과 함께 뒤늦게 허겁지겁 밀실 안으로 뛰어 들어온 창리는 눈앞에 벌어진 끔찍스런 광경을 보고 아연실색을 해버렸다.

삼외무사가 급히 서둘러 꺼주긴 했지만 화마(火魔)가 지나간 오근장 성주의 두 다리 사이 그곳은 차마 눈 뜨고 쳐다보기가 민망스러울 정도로 몹시 참담해 보였다.

형체조차 제대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커멓게 그을린 채 바싹 구워지다시피 한 저것이 과연 남자의 그것인지 아닌지….

"아 흑흑흑…. 그 년. 명기랍시고 나를 찾아왔던 그 년을 어서 당장 잡아들여라. 어서 빨리 잡아와!"

오근장 성주는 숨을 할딱거려가며 간신히 이렇게 말을 내뱉고는 이내 고개를 푹 떨군 채 완전히 까무러치고 말았다.

"야! 비상이다. 팔결성 성문들을 모두 꼭꼭 걸어잠거라. 아니, 이미 그 계집이 빠져 달아났을 지도 모르니 미호강가로 달려가서 이 잡듯이 샅샅이 뒤져라."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챈 수비대장 주중이 함께 따라온 부하들에게 고래고래 소리쳤다.

두둥둥둥둥….

곧이어 팔결성 곳곳에는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북소리가 요란히 크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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