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과 젊음의 가치
시국선언과 젊음의 가치
  • 충청타임즈
  • 승인 2012.01.0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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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근 <칼럼니스트>
오창근 <칼럼니스트>

인간의 역사에서 퇴보란 없다. 진실이 외면받고, 자유가 억압돼도 그것을 퇴보라 부르면 안된다.

진실은 언젠가는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주머니 속 어둠을 뚫고 세상에 나오기 마련이고, 자유는 억누르는 힘에 반비례해서 용수철처럼 튕겨 나올 기회만을 엿보기 때문이다. 역사는 늘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것이 민심이고 천심이다. 역사 발전의 원동력은 침묵하는 다수였고, 그들의 침묵은 체념이 아닌 활화산처럼 뜨거운 분노를 응축해 가는 과정이다. 이는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으로 촉발된 이집트, 리비아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시리아의 민주주의 열망이 대변해 준다.

지난 10ㆍ26 재보궐 선거과정에서 선관위를 공격한 디도스 공격과 관련해 대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서울대생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선관위를 공격한 디도스 공격을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최악의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민주주의 이념의 최저의 공리인 선거권마저 권력의 마수 앞에 농단 되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에 따라 민주주의에 비수를 겨눈 이번 사건의 실체를 전 국민 앞에 직접 밝혀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를 비롯한 고려대 등 전국의 대학생들이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공동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처럼 불투명한 미래와 취업에 대한 불안으로 정치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었던 대학생들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보다도 적극적으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공동시국선언 형식을 통해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와 이념의 훼손을 우려해 시국선언을 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여당 국회의원의 일개 비서가 개인적인 공명심을 갖고 그와 같은 일을 벌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선관위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 과정의 공명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대표기관이다. 그러한 국가기관을 공격한 것은 피를 흘리며 이룩한 민주주의의 성과를 부정하는 행위다.

그럼에도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이합집산으로 세 불리기에 앞장서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반 MB 정서를 바탕으로 제 세력을 통합하는 큰 틀은 마련했다.

그러나 그런 통합의 가치보다 중요한 것이 대의 민주주의를 통한 민의의 반영이다. 선관위는 그런 민의를 반영하는 대의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대학생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문제를 제기 하는 것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침묵으로 일관해선 안된다. 한나라당 또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최구식 의원을 종용해 탈당시킨 것으로 면피를 삼으려 해서는 안된다. 그러기엔 그 상황의 중대성과 파급력이 너무 크다. 혐의가 없다면 앞장서서 그 의혹을 벗고자 하는 노력을 한나라당 차원에서 해야 한다.

이제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수사는 검찰 손에 달렸다. 검찰은 철저한 사건 규명을 통해 땅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면적인 수사와 혹시라도 있을 배후까지도 철저히 조사해 민주주의의 존립을 흔든 이 사건에 대해 투명한 수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인류 역사는 과거의 반성과 미래의 통찰력으로 앞을 향에 나간다. 반성은 통렬해야 하고, 통찰력은 과거를 딛고 미래를 지향하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변혁은 늘 꿈꾸는 자의 몫이고, 그 변혁의 중심엔 늘 청년이 있었다. 그래서 아프지만 성장하는 젊은이에게 세상은 주목하고 기대하는지 모른다. 임진년 새해 세상을 향에 존재감을 일갈(一喝)하는 청춘이 있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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