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시장이 부른 나비효과
오세훈 전 시장이 부른 나비효과
  • 이재경 부국장(천안)
  • 승인 2011.11.2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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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쯤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저주스러울 정도로’ 원망스럽겠다.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차기 대권 0순위 후보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서 말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26일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차기 대선에서 양자 대결을 할 경우 지지율이 38.4%로 안 원장의 50.1%에 비해 11.7%포인트나 뒤졌다.

이어 28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조사에선 격차가 15.1%포인트(안:52.5%, 박:37.4%)나 더 벌어졌다.

한 달여 전만 해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내였거나 한자릿수였던 것이 이젠 두 자릿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처음에 안철수 원장이 서울시장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도, 또 곧 출마의사를 철회했을 때도 여권은 ‘치기’, ‘해프닝’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편지 한 장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을 이끌어낸 안 원장의 기세는 더 등등해졌다.

급기야 한나라당은 위기 모드로 돌아섰다. 29일 열린 한나라당 쇄신 연찬회는 이를 방증해 준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연찬회에서 많은 얘기들이 나왔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의 거취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당 지도부 총사퇴와 박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위기 상황에서 한발 빼는 듯한 지금의 자세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기약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얘기들로는 공천개혁 문제, 정책 쇄신 방향 등이 거론됐는데 대부분 참석자들이 위기 상황에 공감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예상치 못했던 안철수의 등장이 한나라당을 격랑에 몰아놓고 있는 셈이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초기의 작은 움직임이 나중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온다는 이론.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72년에 미국 과학부흥협회에서 실시한 강연의 제목인 <예측가능성-브라질에서의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에서 유래했다)’라고 봐야 하나. 결과적으로 모든 것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에서 시작됐다. 정가에 눈길조차 받지 못했던 안철수 원장이 화려하게 정치권에 데뷔하는 발판이 됐다. 서울시장이 장난하는 자린 줄 아느냐던 여당 정치인들의 조소 섞인 비아냥은 곧바로 수그러들었다. 초기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위협하던 안 원장은 어느새 따라붙더니 이젠 오차범위 밖에서 큰 차이로 박 전 대표를 따돌리며 통합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부상했다.

이러니 박 전 대표 쪽에서 오세훈이 원망스러울만 하다. 다행인 건 여권이 늦기는 했지만 이제서나마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어제 연찬회에서 ‘부자 정당’, ‘특권 정당’의 이미지를 벗기 위한 정책 쇄신방향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는 점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바라건대 한나라당의 이 같은 위기 모드가 더 이어졌으면 좋겠다. 국민, 유권자에게 뭐를 해야 지지를 받는지, 뭐를 하지 말아야 비난을 받지 않는지 고민하는 정당. 국민이 지금 뭐를 바라는지를 아는 정당이 될 때까지 말이다.

새삼 국민들의 고충을 알고 있으면서도 여지껏 ‘부자감세’ 정책이나 펼치고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외면했던 정당. 그런 정당의 정권 재창출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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