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생들의 겨울나기
58년 개띠생들의 겨울나기
  • 남경훈 편집부국장
  • 승인 2011.11.22 1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마음이 편치 않은 가정이 많다. 바로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던 가장들이 20~30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떠날 준비를 해야만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을 제외한 보통 직장인들의 정년퇴직 연령은 만 55세. 1956년(원숭이띠) 출생자가 올해 정년퇴직 대상이다. 그러나 1~2년 일찍 은퇴하는 명예퇴직 대상은 1958년 개띠생(生)까지 내려온다. 금융기관이나 기업에서 일하는 56년에서 58년생의 숫자는 어느 연령 때보다 많다.

1950년 6·25전쟁 이후 몇년간은 살기 힘들고 사회가 혼란스러워 아이를 갖기 어려웠다. 그러나 1953년 휴전 후 사회가 안정되자 집중적으로 아이를 낳기 시작했고, 이때 태어난 아이를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부른다. 통상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로 우리나라 인구의 14%(약 700만명)를 차지한다. 그중 대표는 58년 개띠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들은 평생 주택을 마련하느라 고생했고, 자녀 사교육비로 등골이 휘었다. 또 부모를 봉양해야 했지만, 정작 본인들은 자식에게 노후를 맡길 엄두를 못 낸다. 자식이 부모에 기대지 않기만 해도 그게 ‘효도’라고 고마워한다.

그렇다고 노후 준비를 착실히 한 사람도 드물다. 그냥 하루하루 어떻게 되겠지 하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퇴직 통보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퇴직 후 평균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얼마 안 되는 국민연금으로는 은퇴 후 평균생활비에 턱없이 모자란다. 오히려 은퇴 후에는 지출이 더 많아진다. 건강보험만 해도 직장에서 지역보험으로 옮기면 보험료를 두 배 이상 내야 한다. 수입은 없는데 지출할 돈은 훨씬 늘어나는 것이다. 퇴직금으로 자영업에 나섰다가 망하면 빈곤층으로 떨어진다.

이들의 인생을 뒤돌아보면 허탈하고, 앞날은 캄캄하기만 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도 세계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이 78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세계를 이끌었던 초강대국 미국의 번영을 맘껏 누린 세대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쇠락을 맞으면서 베이비부머들의 노후는 초라해지고 앞으로 미국사회도 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막대한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유럽에 비해 복지후진국이라지만 기초적인 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사회공적 연금과 기업연금, 그리고 개인연금으로 연결되는 3중의 경제적 안정장치가 여전히 작동하고 최소한의 주거나 의료 역시 국가에서 보장하고 있어 우리에게는 부럽게만 보인다.

일본도 1945년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이후 1947년부터 1949년 사이에 베이비 붐이 불었다. 이들을 ‘단카이(團塊) 세대’라고 불렀다. 단카이는 ‘덩어리’라는 뜻으로 워낙 인구가 많아서 인구분포도를 그리면 덩어리 하나가 불쑥 튀어나온 것으로 보인다는 뜻에서 나왔다.

일본은 이들이 은퇴할 무렵인 2004년에 60세인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퇴직 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도록 했다. 프랑스는 기업이 50세 이상 퇴직자를 고용할 경우, 정부 예산으로 월급 중 일부를 지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정은 어떤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복지 선점 경쟁이 가열되면서도 2040세대만 신경을 쓰지, 700만 베이비부머의 대책은 빈약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들의 올 겨울나기는 어느 해보다 혹독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