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가계 주름이 무섭다
늘어나는 가계 주름이 무섭다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11.2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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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도시의 각박한 생활이 수치로 드러났다. 그것도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며 도시로 도시로 밀려드는 현대화 시대에서 도시적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를 보여주는 경제 수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가계 빚이 올 3분기 말 900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나라 빚도 아니고 가계 빚이 900조란다. 지난해까지 800조였던 가계 빚이 1년 사이에 훌쩍 100조를 넘어섰다. 900조라는 말이 어느 정도의 부채인지 상상도 못할 정도이지만 듣기만 해도 심상치 않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가계 빚이 경제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불길한 전망도 들린다.

그중에서도 도시민의 가계 빚은 심각하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은 비수도권에 사는 사람보다 소득이 17%이상이 높지만, 부채는 수도권 거주자가 두 배 이상 높다는 조사결과다. 순수 금융대출도 비수도권 거주자에 비해 두 배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소득은 높은데 부채는 늘어나는 이상한 현실, 월급은 꼬박꼬박 받는데 빚은 늘어나는 이상한 현실 속에 도시인들이 살고 있다는 말이다.

수도권 거주자가 빚이 많은 이유는 집값이 비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내집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민족이긴 하지만, 좁은 땅과 고물가 속에 살다 보니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뛰는 집값을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한다거나, 집세를 올려주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만 도시에서 그나마 등붙이고 살 수 있는 것이 도시민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주택담보대출이고 보면, 도시민이 집 한 채 장만하기 위해 흘려야 할 땀은 땀 이상의 무언가가 더 절실히 요구된다. 자식 결혼시키려면 집 장만이 가장 걱정이라는 부모의 탄식은 흔한 일상이 되었다. 자식 결혼을 위해 집을 되파는 부모도 생겨난다는 말도 빈말이 아니다.

가계 빚이 증가하는 데는 막무가내 카드 발행도 원인으로 꼽힌다. 능력 없는 사람들에게도 우선 만들어 주고 보자는 식의 카드발행은 신용카드 사회란 허울 속에 고금리 카드 대출로 가계 빚이 늘어뜨린 결과를 낳았다.

더구나 채무상환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남발하듯 발행하고 있는 신용카드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지난 2003년 우리 경제는 카드대란을 통해 가계 빚의 무서움을 경험했다. 가계 부채가 급증하면서 내수시장이 급격히 축소되었고, 국가 위기상황으로 치달았다. 결국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야 겨우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은 까막득히 사라지고 또다시 카드대란의 위기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문제는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가다. 현실적으로 먹고 살기 빠듯하니 저축도 쉽지 않다. 부채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고, 내수경기 침체로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 저축률은 이미 3% 이하로, OECD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소식도 우리 현실이다. 여기에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가계의 부양 부담은 커지고 있으니 도시거지가 남의 일만은 아닌 듯싶다.

연말을 기점으로 으레껏 발표되는 경제수치지만 암울한 소식을 접하고 나니 바싹 추워진 날씨만큼 마음도 오그라든다. 덤벙덤벙 과소비하지 않았나 주눅들어 되돌아보게 된다. 불투명한 미래에 다시 한 번 허리띠를 졸라맬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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