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포 세대에 혼외 출산 권장?
3포 세대에 혼외 출산 권장?
  • 이재경 부국장(천안)
  • 승인 2011.11.20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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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오죽했으면 그런 말이 나왔을까.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혼외 출산, 동거 문화를 우리 사회가 수용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16일 KDI 김영철 연구위원이 낸 보고서인데 예상대로 파장이 컸다. 아직도 유교적 정서에 익숙한 우리 사회이기에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럼에도, 저출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국민에게 다시 일깨워줬다는 점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실제 상황은 심각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현재 출산율은 1.23명으로 세계 222개 국가 중 217위였다. 저출산이 아니라 '초저출산' 국가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는 저출산의 원인을 비혼(非婚, 결혼 기피)과 만혼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를 주된 이유로 풀이했다. 2000년도 이전에만 해도 35세~39세의 미혼 비율이 4.3%에 불과했으나, 10년 후인 2010년의 미혼율은 12.6%로 급증했다. 여성의 사회적 성취 열망이 높아지면서 경제적 안정을 꾀할 때까지 결혼을 늦추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몇 가지 대책도 제시했다. 혼인과 출산에 따른 경력개발의 불이익 최소화, 직장에서의 연속적인 자기계발 기회 보장, 결혼과 가정에 친화적인 기업 환경, 국가적 차원에서 저소득층 미혼 남녀의 결혼 보조 방안 모색 등이다.

다 맞는 말 같은데 '보고용'이라서 그런가 쉬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고서는 가임기 청년층의 결혼 및 출산 기피 원인을 '노동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하기 전까지 결혼을 늦추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쉽게 풀어보면 (안정적 가정을 꾸리고자) 돈을 벌기 전까지는 결혼을 꺼린다는 얘긴데 내놓았다는 대책이 너무 지엽적이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의 큰 줄기는 대략 2가지다. 저출산의 원인이 가임기 청년층의 비혼, 만혼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혼과 가정에 친화적인 기업 환경 조성, 혼외출산과 동거 문화의 수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실업이나 교육비 등 근본적인 문제에는 접근하지 않고 있다. 국민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 서민층의 붕괴를 간과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을 2만3000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4인 가족일 경우 연간 실질 소득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는 얘긴데 과연 그런 가정이 얼마나 될까. 실제 보편적 중산층 기준인 자산 3억원대 보유, 연 실질 소득이 6000만원 이상인 가정이 전체의 30%나 될까.

극소수 상위 계층으로 부가 편중되면서 중산층이 무너졌고, 그 영향이 청년층의 좌절로 이어지고 있다. 88만원 세대 출신인 이들이 자신들의 경험-교육비 부담 및 청년 실업-에 풀이 죽어 결혼과 출산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내가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자녀 교육은? 어떻게 먹고 살지? 등등의 고민이 이른바 '3포 세대'를 양산하고 있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신조어인데 이 말이 만들어진 것만 봐도 상황은 서글프다. 이런 지경인데도 지난해 정부는 부자 감세라는 악수를 뒀다. 그러면서 출산 기피 세대들의 화두인 교육비나 실업 문제에는 둔감한 반응을 하고 있다.

취업난을 해소하고 자녀의 교육을 책임지는 정부, 이게 선결되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 극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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