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박물관장이란 자리는…
천안박물관장이란 자리는…
  •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 승인 2011.11.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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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지난 9월 임명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박물관장 출신'이다.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로 고려대박물관장을 지낸 후 국립중앙박물관장에 발탁되더니 문화재청장(차관급)을 거쳐 장관직에 올랐다. 고려대박물관장 시절 파평윤씨 미라를 전시해 대학박물관으로는 기록적인 관람객을 끌어들였고, 중앙박물관장 때는 G20 서울정상회의 리셉션을 박물관에 유치해 세계 정상들에게 한국 역사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같이 그는 박물관이 가진 특성을 살려 대학과 국가를 위해 많은 일을 해냈다.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박물관을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는 박물관이 소속 기관을 위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천안박물관은 천안시가 지역의 역사성을 알리려고 3년 전 시민들 세금으로 지었다. 중소도시로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천안보다 시세가 큰 대전·청주에도 시 역사 관련 유물만 오로지 전시하는 시립박물관은 없어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박물관은 지역의 얼굴이다. 주민뿐 아니라 외지인들이 수시로 찾는다. 다중이용 시설로 도서관, 종합운동장, 공연장 등이 있지만, 외지인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역시 박물관이다. 낯선 지역을 찾을 때 먼저 가 보는 곳이 박물관이다. 그래서 박물관의 품격이 그 지역의 문화 척도를 대변할 때가 많다.

천안박물관은 국도 1호 변에 있어 눈에 잘 띄고 들르기도 쉽다. 알게 모르게 많은 VIP들이 관람한다. 문화인·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 치고 박물관을 그냥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곳의 장(長)을 천안시는 지금껏 공무원(사무관)에게 맡겨 왔다. 천안의 상징적 인물, 유관순 열사 사적지를 관리하는 사적관리소장이 함께 관리했다. 기존 업무에 박물관을 덤으로 얹어 겸직케 했다. 많은 돈을 들여 박물관을 지어놓고 홀대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박물관장을 겸직하던 사적관리소장직이 공무원들이 꺼리는 자리란 사실이다. 중요 부서로 생각하는 이가 없을 뿐더러 열심히 일해도 빛이 나지 않은 자리로 인식하고 있다. 초임 사무관이나 '밀려난 사람'이 맡는 직책으로 여긴다.

다행스럽게도 천안시는 내년부터 사적관리소와 분리해 천안박물관에 별도의 부서장을 두기로 했다. 박물관의 중요성을 이제 느낀 것일까?

박물관장은 공무원들에겐 한직인지 모르지만, 외부에선 천안 대표 문화기관의 수장으로 인식하는 자리다. 박물관장은 지역의 역사·유적·유물에 대한 지식이 요구되는 자리다. 일하다 보면 역사학자·고고학자 등 많은 외부 전문가들과 마주쳐야 한다. 신생 박물관인 천안박물관은 그들의 협조가 꼭 필요한 상황으로 박물관을 대표하는 이가 이들을 반갑게 맞아야 한다. 매번 "잘 몰라서…" 하며 뒷걸음쳐선 안 된다.

이 자리에 앉으면 직책의 중요성을 통감하고 사명감을 갖고 열정과 노력으로 임해야 한다. 발령을 받으면 관련 책을 들춰 보며 공부해, 특별전 도록(圖錄)에 시장 인사말과 함께 발간사를 실을 자격을 스스로 갖춰야 한다. 발령 받아 한 해 정도 지나면 학예사들과 기획전 주제에 대해 얘기를 나눌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나.

천안박물관은 2013년 천안국제웰빙엑스포를 앞두고 전시내용 혁신 등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형편상 박물관장을 관련 전문가에게 맡길 수 없다면, 적어도 공무원 중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을 찾는 노력을 펴야 한다. 박물관장의 중요성을 알고 열정과 노력을 쏟을 사람 말이다. 천안시 100여명 사무관 중 그런 인물이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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