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감옥살이 다시 하세요" 황당한 법무부
"못다한 감옥살이 다시 하세요" 황당한 법무부
  • 이재경 부국장(천안)
  • 승인 2011.11.0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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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복무 기간이 2년6개월인 군대에 갔다. 열심히 군 생활을 하고 있는데 돌연 2년 만에 국방부장관이 전역을 명한다. 그런데 웬걸, 제대 후 직장에 열심히 다니던 중 15개월 만에 다시 입영 명령이 떨어졌다. 징집 통지서에 적힌 사유는 다음과 같았다. "귀하는 2년6개월을 복무해야 하는 군대를 2년만 다녔으니 다시 복귀해 6개월을 채워야 합니다."

죄를 지어서 포도청에서 태형(笞刑)을 받게 됐다. 260대를 맞아야 하는데 무슨 영문인지 집행관이 200대만 때리고 내보냈다. 15개월이 지난 후에 다시 포도청에 끌려갔다. 형리(刑吏)의 계산 착오로 60대를 덜 맞았으니 추가로 60대를 더 맞으라는 거다. 차라리 그때 다 때리든지.

좀 비약적인 예(例)인지 모르겠으나 최근 충남 천안에서 비슷하면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특수상해 혐의가 인정돼 대전교도소에서 2년을 복역하고 2010년 9월 만기 출소한 홍모씨(33). 마음을 다잡고 직장에 다니던 중 지난 2일 집에 검찰 지휘를 받은 집행관들이 들이닥쳤다.  "원래 2년 6개월간 복역해야 하는데 행정 착오로 일찍 출소했으니 남은 형기를 마저 채워야 한다"라며 홍씨를 감옥에 데려갔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검찰과 법무부의 허술한 전과기록 관리 탓이었다. 홍씨는 특수상해죄로 기소되기 전인 지난 2006년 폭행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년 동안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조건으로 실형을 면해 준 것이다. 이후 그는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08년 또다시 상해죄로 기소됐다. 이때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행법에 따라 당연히 집행이 유예됐던 6개월의 형기가 보태져 2년6개월을 복역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형기가 2년6개월로 알고 있던 홍씨는 복역 중 교도소에 자신이 받은 형량이 맞느냐고 문의했다.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의아해 했지만, 법무부의 판단이니 맞겠지 하고 형기를 모두 채우고서 교도소를 나왔다. 자식들이 크면서 새 삶을 살기로 결심한 그는 어렵사리 직장도 구했다. 그리고 지난 2일, 몸이 안 좋아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던 중 재수감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법무부는 당혹해 하고 있다. 검찰과 책임 소재를 따지면서 6개월의 형기가 누락된 경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그나마 이 사실이 밝혀진 것도 법무부가 아닌 검찰에 의해서였다. 지난해 대검찰청의 집행유예실태 점검 지시로 검찰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올해서야 홍씨의 6개월 잔여 형기를 찾아낸 것이다.

그의 가족들이 받은 충격은 보통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어렵게 얻은 직장마저 잃고 재수감된 홍씨는 물론이거니와, 그의 박봉 월급으로 생활하던 가족들의 황당해 하는 모습.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문제는 홍씨가 처한 상황이다. 늦게나마 직장도 잡고, 안정된 가정을 꾸렸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재수감됐다. 차라리 당시에 6개월을 제대로 다 채워 복역하고 나오는 게 나았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인생의 소중한 시간이 중단되는 일은 없었는데.

법무부의 처사도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법리상 문제가 없는 재수감 집행이라지만 사전 통보 없이 느닷없이 집에 '쳐들어가' 인신을 구속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느닷없이 다시는 가고 싶지 않던 감옥에 또 한 번 들어간 홍씨. 그는 내년 3월 초등생 아들의 입학식에도 가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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