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하지만 찝찔한‘충절연합벨트’
짭짤하지만 찝찔한‘충절연합벨트’
  •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 승인 2011.11.0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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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최근 천안시가 유관순사적지·독립기념관·현충사를 묶어 충절관광벨트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천안·아산지역의 ‘호국충절 대표선수’들을 한데 엮어 관광객을 불러 모아 보겠다는 구상이다. 2년 전 천안시가 내놓은 단독사업을 아산시와 독립기념관에 연결지어 연합사업으로 펼치겠다는 것이다. 충분히 타당성은 있다. 그런데 야심 차게 추진하던 단독사업이 소리·소문 없이 변경돼 의구심을 부르는 것도 사실이다.

10여 년 전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을 시작하던 때가 생각난다. “이곳에서 전국적 관심을 끌 얘기가 없을까?” 중소도시에서 국민적 이목이 쏠리는 기사를 써 보겠노라 다짐하고 소재 찾기에 나섰다. 천안에선 호두과자·유관순·독립기념관, 아산은 현충사·온양온천이 떠올랐다.

근데 독립기념관과 현충사는 이미 국가 주요행사로부터 조금 밀려나 있었다. 현충사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0~70년대 성역화 사업을 펼 때와 상황이 바뀌었다. 대통령들이 ‘4·28 충무공 탄일’에 참석하지 않고 있었다. 독립기념관도 처지는 비슷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때인 87년 개관한 이곳의 최대 행사는 광복절이다. 이젠 이날 대통령들은 이곳을 찾지 않는다.

유 열사만이 기대에 부합했다. 3·1절은 역시 유 열사의 날이었다. 18년 짧은 삶을 산 유관순, 그의 생애에서 우리가 관심을 쏟는 때는 1920년 순절하기까지 2년 남짓이다. 매해 3월이 오기 전 유 열사 기삿거리를 찾아 동분서주했다. 보람은 있었다.

유관순 기록 오기 많아… 교과서 등 일부만 제대로’, ‘유관순, 출감 이틀 남겨 두고 순국’ 등을 단독 보도하는 기쁨을 누렸다. 2004년엔 유 열사 미공개 사진을 3·1절에 맞춰 발표한 국가보훈처까지 무색케 했다.

충절(忠節)이 천안의 간판 브랜드임은 분명하다. 유 열사 이외에 임정 주석을 지낸 이동녕 선생, 임진왜란 진주대첩의 영웅 김시민 장군 등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독립기념관도 천안에 지어졌다. 이 때문인지 천안 관공서들은 초대형 태극기를 사시사철 건물 외벽에 게시한 곳이 많다. 최근엔 철도 방음벽에도 대형 태극기가 네댓 개가 그려졌다.

당초 충절관광벨트 사업은 2009년부터 천안시 단독으로 추진됐다. 수천만원을 들여 사업 연구 용역을 맡겨 지난해 말 최종 결과가 나왔다. 이 ‘단독벨트’ 사업 용역 결과엔 특이한 게 많았다. ‘천빛사(천안을 빛낸 사람들)공원’을 조성하고, ‘별거다 박물관’을 짓고, ‘횃불버스’를 운행하고, 독립기념관 기존 시설과 유사한 호국체험장을 다시 꾸민다고 했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10개월 만에 이 구상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연합벨트’가 불쑥 튀어나왔다. 아우내장터~유관순사적지~조병옥생가~김시민장군 생가를 연결하는 12km구간 ‘횃불도보길’만 살아남았다.

이 연합벨트는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평가를 거쳐 33억원의 국비 지원을 노린다니, 2020년까지 3단계로 800억원을 투입한다는 단독벨트의 원대한 계획이 크게 후퇴한 셈이다. 잘한 일이다. 시민들 혈세를 낭비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접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연합벨트 사업이 두 파트너들 사업에 쉽게 숟가락을 얹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독립기념관의 서곡(서쪽 골짜기) 캠핑장 활성화, 아산시의 현충사 인근 은행나무길 차 없는 거리화 사업(6월 발표)에 묻어가는 분위기다. 해당 두 기관들이 자체 사업 결실을 봐야 연합벨트도 성사된다.‘짭짤’한 구상이지만 왠지 찝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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