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함·정치력 부재가 빚은 '의정비 타령'
오만함·정치력 부재가 빚은 '의정비 타령'
  • 한인섭 <사회부장>
  • 승인 2011.11.02 1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의 의정비 인상 추진과 동결로 매듭된 과정을 보면 ‘어설픈 배짱’이 자초한 ‘망신’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충북도내 11개 시군의회가 3년째 동결 방침을 정한 지난 9월부터 불거진 인상 논란은 결국 여론의 거센 반발 끝에 2개월 만에 원점으로 되돌려졌다.

막판엔 험한 꼴도 보였다. 의정비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 앞서 열린 충북도의회 의원 간담회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소속 여성의원들이 감정적 대립 끝에 쌍소리까지 주고 받은 모양이다.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낀 의원이 상대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하고,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방의회에 대한 반감을 한층 고조시킨 일이다.

충북도의회는 마지막 절차인 주민의견조사(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인상 금액까지 설정했던 점에서 비난 강도가 더했다. 심의위는 부정적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현행 4968만원에서 2.4%(121만원) 증액해 5088만원으로 조정하는 안을 내놓았다. 결국 김형근 도의장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동결한다는 명분으로 매듭을 짓긴 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지방의회에 대한 집단적 평가는 또 한 차례 땅바닥에 떨어졌다. 개별의원을 놓고 보면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불과 연간 100여만원에 불과한 금액을 인상하려 여론에 저항하며 강행했던 태도는 철없는 아이들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청주시의회도 마찬가지였다. 전체의원 회의를 거쳐 인상 방침을 통보하자 집행부가 ‘재고’를 요청해 한 차례 더 회의를 열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첫 회의부터 동결안을 내놓은 의정비 심의위원회가 내놓은 ‘변경요구 자진철회 권고’를 수용했다. 그러나 비난은 받을 대로 받은 상황이었다.

의정비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한 축은 현행 의정비로는 의정활동이 버겁다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고민을 어찌 판단할 것이냐는 점이다. 청주권의 경우 선거구가 광역화되면서 씀씀이가 커질 수밖에 없고, 현행대로는 주머니 사정이 버겁다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여론은 그렇지 않다. 과연 하는 게 뭐냐는 식이다. 잊힐만 하면 한 번씩 터지는 일부 지방의원들의 부적절한 처신과 불법행위는 의정비 지급이 과연 필요하냐는 인식을 낳았다. 병든 소 해장국집 운영 시의원이 여전히 꼿꼿하게 버티는 행태나 음주 추태, 혀를 차게 하는 다양한 형태의 부적절한 발언 등이 복합돼 있다. 도의회와 시의회는 이번에 ‘공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당당히 의정비 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상당수 의원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엔 아직 미숙된 상태에 머물러 있고, 전체 의원에 대한 평가로 귀결되곤 하는 게 현실이다.

씀씀이가 커져 의정비만으로는 난감하다는 의원들의 하소연도 종종 듣는다.

그러나 얘길 들어 보면 결국은 ‘경조사 비용’이다. 선거용이라고 할 수 있고, 순수한 지출로 보기 어렵다. 말 그대로 의정활동비는 의정활동에 써야 한다. 원칙대로라면 사용내역을 공개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논란의 결정적 문제는 시의회와 지방의회 민주당 주류의 정치력 부재와 오만함이다. 공적 영역에 신규 진입한 이들이 다수인 탓인지 집행기관과 언론관계가 어설프기 짝이 없다. 인상 주장을 설득력 있게 내놓지 못한 채 비난 여론을 귓등으로 들을 정도로 공인의식은 전혀 없었다. 집행기관 단체장에 의회 다수를 차지하자 ‘숫자’에 취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선출직은 ‘화병에 꽂힌 화초’와 같다. 민주당 다수의 도의회와 시의회의 ‘마이웨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