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대 사태, 총장 직무 유기도 조사해야
나사렛대 사태, 총장 직무 유기도 조사해야
  • 이재경 부국장(천안)
  • 승인 2011.10.3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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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왜 갑자기 이게 언론에 터졌는지 모르겠다.", "이미 다 지난 일인데 왜 신문, 방송들이 호들갑이지?"

지난주 언론에 의해 수면으로 떠오른 충남 천안 나사렛대학교 장애 학생 성희롱 의혹 및 장애 비하 발언 사태에 대한 교내 일부 교수들의 항변이다. (관련기사 본보 27일자 3면)

당사자인 유모 교수와 사건과 관련이 없는 극소수의 교수들 사이에서 나온 말인데 후자인 경우 모두 학교 명예 실추를 안타까워하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유 교수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교수협의회장인 자신에 대한 음해 세력', '교수와 직원 간의 알력'에 의해 자신이 희생양이 된 것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다 자신과 피해 학생들과의 합의()로 종결이 됐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누가 왜 언론에 이제야 알려 또다시 사건을 들춰냈는지 서운하고 원망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는 이런 '황당한' 말도 했다. "내가 가르치는 전공학과 학생들이 분개해 하고 있다. 학생들이 펄쩍 뛰며 (언론에) 항의하겠다고 한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는 여전히 자신이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은, 정말 학내 구성원 사이 알력의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성희롱 의혹, 장애 비하 발언, 수업권 침해, 교원 품위 손상 등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해-이미 다 끝났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성희롱 의혹 등 앞으로 검증돼야 할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수업시간을 빼먹거나 통역사를 시켜 대리 수업을 하게 했다는 드러난 문제조차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태는 예상외로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해외 출장 후 곧바로 귀국한 임승안 나사렛대 총장이 결국 두 손을 들었다. 그나마 언론보도로 교과부가 개입하면서부터다. 그는 자신의 지시로 지난 4월 중단시킨 진상조사위 구성을 27일 뒤늦게 승인했다. 학교 측은 즉시 교내 인사 4명, 외부 인사 3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그런데 학내에서 엉뚱한 조사가 한편에서 벌어지고 있다. 비공식적인 거라고 하는데 이번 사건을 외부로 발설한 '취재원'을 밝혀내는 작업이 한창이란다. 알아서 어쩌려는 것일까. 은폐된 진실을 밝히게 해 줬다고 상을 줄 생각인가. 그러면 좋겠지만, 괘씸죄를 물어 보복 인사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어쨌든 진상조사위원회의 가동은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일을 둘러싸고 학내 분위기는 매우 어수선하다. 일부 교수들이 총장에게 사퇴를 권고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사태 선상의 보직교수 중 일부는 사직 의사를 밝혔다고도 한다.

진상조사위의 행보는 꽤 빠르게 전개될 것 같다. 이미 1차 조사 때 대부분 사태의 전모가 밝혀졌기 때문에 추가 구증없이 사건 당사자들의 청문 절차만 남은 셈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절대 간과하면 안 될 게 있다. 조사의 대상자와 범위가 지난 4월 첫 조사 때와는 달라져야 한다. 당시엔 총장 지시에 의한 유 교수와 피해 학생들 간의 불미스러운 의혹, 유 교수의 직무 유기행위를 밝히는 게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여기에서 더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 절대 학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이를 은폐하려 한 총장, 총장의 지시를 아무 저항 없이 수용한 교직원들. 당연히 처벌이 따라야 한다. 이걸 지나친다면 진상조사위의 '직무유기'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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