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14 >
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14 >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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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설악 장자지에(張家界.장가계)
▲거대한 암벽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코스를 케이블로 이동하는 이곳을 황석채라 부른다.

오후 12시 30분 장자지에 역에 도착했다.

여행사 직원들이 많이 나와서 관광객들을 모객하고 있다. 이곳 장자지에는 소수민족 출신인 토가족(土家族)들이 사는 고장이다. 중국에서도 낙후된 소수 민족들이 거주하는 작은 도시였으나 현재는 정부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제일 유명관광지 가운데 하나로 탈바꿈하고 있는 지역이다. 시내중심가를 통과하는데 낡은 아파트와 건물들이 늘어선 도시의 풍경은 우리의 70년대를 연상시킨다. 도심의 인구는 30만 정도의 소규모로 75%가 토가족(土家族), 25 %가 한족이라 한다.

오후 3시 반경 공원입구에 도착했다. 거대한 암벽 돌기둥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고 암벽 틈새 푸른 나무들이 자라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마치 설악산 비선대 장군바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흐릿하던 날씨마저 먼 길을 달려온 나그네를 환영하듯 구름을 뚫고 눈부신 햇살을 쏟아 붓고 있다.

장자지에 국립공원매표소 앞은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입장료는 108위안(우리 돈 15,000원)으로 생각보다 비쌌다. 중국관광에서 부담이 되는 것이 입장료이다. 한국보다는 훨씬 비싼 편이다. 북경을 제외하고는 공원입장료 이외에 허름한 헛간 같은 화장실이라도 요금을 추가로 받고 있다. 입장료 외에도 중요한 건물이나 장소가 있으면 별도로 추가요금을 받기 때문에 짜증이 날 정도다.

중국에 와서 맑은 계곡 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처음 본다. 계곡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골짜기 사이로 거대한 암벽 기둥의 장대한 행렬들이 아스라이 늘어서 있다. 광장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타고 2분 정도 달리면 케이블카 매표소가 나타난다. 거대한 암벽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황석채라 불리우는 2분 정도 소요되는 케이블카 코스다(편도 48元,왕복86元). 암벽기둥 위를 수직으로 서서히 올라가는 기분은 마치 암벽사이 허공에 떠 있는 아찔한 느낌을 준다.

케이블카 정거장에 내리면 정상 뒤편은 울창한 송림과 꽃밭이 나타난다. 좌측 봉 언덕에는 구름에 떠 있는 듯 한 누각과 앞면에 펼쳐진 거대한 돌기둥과 계곡 건너편에 보이는 산림속의 수장풍 계곡의 장관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뒤편 열대 소나무 군락지를 돌아 나오면 마치 환영 나온 것 같다는 쌍문영비란 바위 두 개가 영접을 한다. 토가족 전통차밭을 따라 계단을 내려오면 오지봉(五指峰)을 만나게 된다.

다섯 개의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암벽기둥이 마치 다섯 손가락을 경쾌하게 펼쳐 보이고 있는 듯하다. 오지봉 옆으로 연이어 펼쳐지는 거대암벽 군상들이 하나의 성벽을 쌓듯 앞을 가로막고 좌측으로는 터질듯 한 근육질 암벽석산이 햇살에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석벽너머로 구름을 뚫을 듯 연이어 늘어선 연봉들이 고개를 곧추세우고 첩첩히 일어서 있다.

오지봉에서 오던 길을 되돌아 6기각(六奇閣) 정자로 올랐다. 이 부근 일대를 황석채(黃石寨)라 부르며 이곳이 황석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고 한다. 정자에는 토가족 기념품점과 전통찻집이 있다. 정자에 올라 잠시 주변을 둘러보면 울창한 송림 숲과 기암괴석들이 어울려 현란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먼 산에 걸쳐있는 흰 뭉게구름이 솜털처럼 펼쳐져 가슴으로 다가온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 속 선경을 거니는 기분이다.

산정에서 내려와 10여분 정도 숲길을 걸으니 남쪽 하늘 숲 계곡사이에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남천일루란 거대한 돌기둥을 만났다. 구름이라도 뚫을 듯한 기세다. 남천문을 지나 차 한 잔 마실 시간쯤 걸으면 하늘에 옥황상제가 옛날 이곳이 바다였던 시절, 하늘에서 침을 놓았다는 전설이 어린 정해신침(定海神針) 돌기둥을 만난다. 계곡사이에 마치 날렵한 침을 꽂은 듯이 보이는 거대한 석주다. 계곡의 두 갈래 분기점에서 맞은편 산언덕 계단 길을 올랐다.

산마루 옆에는 옥황상제가 천상의 보물 상자를 갖다 놓았다는 천서보함(天書寶函)이란 보물 함 단지 같이 생긴 바위가 있고 옆에는 토가족 전통가옥이 한 채 그늘 속에 서 있다. 둥근 원두막을 2층으로 크게 지은 것 같은 가옥 형태인데 아래층은 가축을 기르고 2층은 주거지로 사용하고 있는 구조다.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 가게나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숲길을 벗어나 저녁 6시경에 정원이란 곳에 도착하여 다시 긴 계곡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시원하고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물길을 따라 걷노라면 별유천지에 와 있는 기분이다. 독수리가 보호한다는 하늘을 찌를 듯한 암벽 봉우리와 암벽기둥을 바라보면 마치 신화시대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저녁 6시반경 문성암(文星岩)에 도달하여 이 지방이 배출한 인물들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계곡 물은 양은 많지 않지만 바닥이 보일정도로 맑아 이곳과 같은 암벽 고산지역이 아니면 찾기란 거의 희박하다. 물가의 바위들은 붉고 작은 바위덩이들로 잘게 부서져 계곡바위들의 형태는 볼품이 없지만 계곡의 물길 따라 펼쳐지는 돌기둥과 병풍 같은 석벽의 규모나 아름다운 주변경관은 천하일품으로 손색이 없다. 광대한 중국의 산하엔 참으로 다양한 경관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장자지에는 후난(湖南)성 서북부 무릉 산맥에 자리한 중국 최고의 명승지 가운데 하나이다. 중국의 첫 국가산림 공원이며 1992년에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되었다. 1980년대 이전의 장자지에는 원시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정부가 케이블카를 비롯한 관광시설에 많은 투자를 하여 사천성 찌우자이고우와 더불어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최고의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장자지에를 보니 중국 관광자원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

총면적 264㎢ 안에 3,000여개의 기암괴석이 솟아있는 암벽 돌기둥과 800여개의 시냇물이 흘러내리는 지상의 또 다른 별유천지다. 평균 기온이 16℃인 아열대 계절풍 기후로 소수민족인 토가족의 고향이다. 도로나 관광 숙박시설 등은 다소 낙후되었지만 앞으로 성장전망은 매우 밝은 지역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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