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16 >
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16 >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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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과 장자지에(張家界)
설악산은 산을 오르면서 마주치는 갖가지 풍경과 절경을 맛보는 체험 형 관광지라면 장자지에는 열대산림에 묻혀 계곡조망이 힘들어 정상이나 산정부근의 전망대에서 계곡 속에 솟아있는 다양한 돌기둥이나 석벽을 감상하는 조망형 관광지라고 평가하고 싶다. 설악산은 수천만 년에 걸친 풍화 침삭 작용으로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깎이어 절경을 이루는 경관이다.

반면 장자지에는 물이 흐르는 낮은 곳이 침삭작용으로 계곡을 형성하고 계곡 사이로 거대한 석주들이 살아남아 거대한 돌기둥을 형성한 경관이다. 계곡 이외의 산 위 지역은 사람이 거주하고 농사를 짓는 들판이나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계곡의 전경은 설악산은 단단한 화강암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형상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반면에 장자지에는 붉은 색조를 띤 비교적 약한 암석으로 잘게 깎여져 특별한 형태미나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계곡의 물은 설악산은 암반 수에서 흐르는 것 같은 맑고 옥같이 투명한 반면 장자지에는 암벽 자체가 설악산 보다 단단하지 못하며 붉은 색조가 띠어 투명도에 있어서는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 처럼 맑은 물을 보기는 쉽지 않는 편이다. 설악산 대청봉이 1,708m 인데 비해 천자산 최고봉은 1,384m로 설악산이 훨씬 높은 편이며 장자지에는 해발 1,000m 대의 산지 계곡 안에 이루어진 석주(石柱) 경관이다.

설악산과 장자지에는 여러모로 다른 조건이 많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슷한 느낌을 주는 부분이 적지 않다. 운해(雲海)가 끼는 날 설악산의 공룡능선이나 천화대(天花臺)에서 바라보는 느낌이나, 천자산 선녀산화(仙女山花)나 서해(西海)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규모나 형태면에서 다르지만 선경에 홀로 서서 천상세계를 바라보는 것 같은 황홀경에 빠질 수 있게 하는 경관을 가지고 있다.

보는 사람의 느낌에 따라 다르지만 장자지에가 설악산 보다 낫다고 평할 수는 없지만 설악산이 갖지 못한 수천 개의 거대한 석주(石柱) 경관만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설악산 보다 입장료가 몇 배 비싸며 케이블카 타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설악산보다는 고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하다면 직접 등산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또한 장자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서 가이드를 선택했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가능한 몸으로 부딪치며 안내지도를 보면서 등산하면 비용이 많이 절감될 것이다. 중국여행에서 가장 많은 여행경비를 사용한 곳이 장자지에다.

▲수문장 같은 바위 입구 쪽으로 좁은 계곡길이 뻗어 있는 보봉호

보봉호 풍경구(寶峰湖 風景區)

수문장 같은 점잖은 바위 입구 쪽으로 좁은 계곡길이 산등성이로 뻗어있다. 암벽계단을 올라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뱃놀이하는 코스다. 좁은 바위 계곡 속으로 천천히 배가 들어가면 푸른 물결 위에 미끄러지듯 유람선이 지나간다.

배가 누각 쪽으로 다가가자 한 젊은이가 목청을 한껏 높게 뽑아 긴 노래 가락을 여운 있게 불렀다. 모두가 박수를 쳤다. 두꺼비가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을 해서 붙였다는 두꺼비 바위에서 뱃머리를 돌리자 귀엽고 앙증맞은 토가족 처녀 당샤위 양의 낭랑한 노래 한 곡조에 모두가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가냘프고 애 띤 토가족 처녀 가이드의 노래 가락이 호수의 정취를 한껏 북돋아 주었다.

선녀가 목욕하다가 도깨비에게 옷을 도둑맞아 흘린 눈물이 호수가 되었다는 전설의 선녀바위 입구를 지나, 돌아가는 관광객을 배웅하는 환송나무의 영접을 받으면서 선착장으로 되돌아 왔다. 보봉호는 좁은 암벽산 골짜기에 댐을 막고 호수를 만든 인공호수다. 비록 보봉호(寶峰湖) 승선료는 비쌌지만(62元) 두 남녀의 이국적인 전통노래 한 곡조의 분위기가 그런 느낌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우리 관광이 많이 배워야 할 점이다.

오후 6시 30분부터 시내관광을 시작했다. 아스팔트 위 도로가에서 야채, 과일 등의 좌판을 벌여 놓고 흥정하는 상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장자지에는 현대화가 이제 막 시작 된 것 같다. 건물들도 낡고 우중층한 잿빛 색조를 띄어 시골스런 분위기가 주류를 이룬다. 거리에는 특이하게도 신호등을 볼 수 없다. 신호등 대신에 이 곳 차들은 경적을 울려서 차들 간에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키고 있다.

이 지역은 시골이라 차 인심이 후하고 또한 정감도 있다. 저녁식사로는 돼지고기에다 마늘 줄기를 볶은 쑤완과 고추에다 튀긴 닭고기, 고추전, 두부튀김을 가득 담은 밥을 먹으며 여유로운 한 때를 보냈다. 저녁 식사 후 토가풍정원(土家風情園)으로 갔다. 풍정원에는 이마에 터번을 두룬 황금빛 옷을 입고 있는 토가족 조상을 모신 제사당(祭祀堂)과 높고 화려한 누각이 있어 그들의 생활모습을 자세히 엿 볼 수 있다.

풍정원 옆에 있는 토가족 민속공연장으로 갔다. 맞배지붕에 가늘고 높은 6개의 기둥으로 만든 소박한 공연장이다. 100여 평 쯤 되는 마당에 간단한 야외무대 객석을 설치하여 만든 일종의 가설무대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관람객이 많았다. 토가족 원시부족시대의 생활모습과 장기자랑, 무술 시범,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연출한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 전통악기 연주와 노래 등 다양한 내용을 연출하고 있다. 토가족 만의 독특한 풍습과 문화를 볼 수 있어 매우 즐거운 밤을 보냈다.

장자지에 황용동(黃龍同)

아침 식사를 마치고 황용동(黃龍同)으로 향했다. 입구에는 행복의 문과 장수문(長壽門)이 있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입장료 65元). 황용동은 천하제일대용동이라고도 불리며 총길이 28km, 총면적 48㎢, 높이 167m 규모다. 중국에서 굉장히 이름난 동굴이라 호기심도 있었고 우리 것과 비교 해 보고도 싶었다.

동굴 안은 비교적 넓었으나 예술적 가치를 지닌 돌기둥이나 종유석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밋밋하고 평범한 코스를 40여분 걸어 동굴 안에 있는 보드 선착장에 도착했다.

수심 8m로 8분정도의 거리를 보트를 타고 가는 코스다. 물은 맑지 않았다.

황토 물을 헤치며 탐험대처럼 보트를 타는 느낌은 우리나라 동굴에서 맛볼 수 없는 특이한 경험이다. 황용동은 석순이 귀해서 석주가 있는 곳은 드문드문 색조 등을 설치하여 풍경과 길 안내를 해 주고 있다.

보트를 내리면 동굴 한가운데서 쏟아지는 천선수(天仙水)가 하늘의 신선들이 논에 물을 댄 것처럼 계단식 논을 만들어 흘러내리고 있다. 여기서부터 아름다운 석순들이 조금씩 보였다. 돌로 만든 천선교(天仙橋) 좌측 암벽 길을 돌아 오르면 관광객들에게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가계가 나타난다.

용왕보좌(龍王寶座) 사진가계에 이르면 넓고 탁 트인 공간에 다양한 석회기둥이 늘어서 있어 전경이 매우 기이하다. 이 부근은 아름답고 기괴한 형상의 석회기둥이 군집되어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 주변이 황용동굴의 꽃이다. 황용동의 석순은 벽면이나 동굴 천장에 붙어 있는 석순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다. 주로 천장에서 떨어진 석회석 물방울이 지면에 퇴적해서 자라게 된 석주들이다. 동굴 벽면 천정에 자란 석순은 없고 넓은 광장 한가운데 탑처럼 뾰쪽뾰쪽 솟아 개성 있는 모습들을 제각기 뽐내고 있다.

우리나라 삼척 환선굴의 장쾌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동굴전경이나 울진 석류굴과 영월 고씨동굴처럼 동굴전체가 현란하고 다양한 석주들의 아름다운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다. / 함영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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