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20 >
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20 >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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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중국에서 꽃피는 수십개의 민족고유문화
▲호수 가에 타이족 전통사찰 백탑이 우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모형으로 만든 백탑의 실물은 서쌍반남 타이족 자치구에 있다. ⓒ충청타임즈

새벽 1시 50분 쿤밍행 열차에 올랐다. 방학 때라 베이징에서 쿤밍 가는 열차의 좌석이나 침대차는 구할 수가 없었다. 구이저우(貴州)에 가서 기대해 보기로 했다. 구이린에서 쿤밍까지는 29시간 소요되는 장거리여행이다. 대학생들이 방학을 해서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표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좌석도 없는 상태라 식당차로 옮겼다. 식당 칸에서 밤을 지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콧물과 기침이 계속 나왔다. 어젯밤 양수오에서 빨래를 말린다고 민국이가 머리맡에 달린 에어컨을 좁은 방에서 너무 강하게 튼 것 같았다. 다행히 차장에게 부탁하여 새벽 4시쯤에 침대칸을 얻을 수 있었다.

아침 9시 잠에서 깨어났다. 담요를 덮고 잔 탓인지 기침이 덜나고 컨디션이 좀 나아진 것 같다. 구이린에서 사온 햄버거로 아침을 먹고 강사부(康師傅)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오후 1시까지 내내 누워 피로를 풀었다. 처음으로 기차여행에서 여유 있게 누워 잠을 잔 것 같다. 구이린에서 쿤밍까지는 하루 4회 기차운행을 하고 있다. 오뉴월에 걸린 감기로 피로가 누적되었다. 언뜻 어뜻 창밖에 스쳐가는 산간지역의 계단식 논이 시야에 들어왔다. 오후 6시 35분 기차는 구이저우(貴州)성 성도인 구이양(貴陽)을 지나가고 있다.

감기에 배탈까지… 힘든 여정

1시간쯤 지나자 암벽 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후 용정차를 마시며 갈증을 풀었다. 지난밤 구이린에서 샀던 햄버거가 무더운 열차 안에서 하룻밤을 지나면서 상한 것 같다. 배탈이 나서 화장실을 자주 가야했다. 아무튼 감기에다 배탈까지 걸려 앞으로의 여정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그래도 하루를 누워서 열차에서 보낼 수 있어서 퍽 다행이었다.

다음날 아침 6시 45분 쿤밍 역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다음 행선지인 따리(大理)행 열차표를 구했으나 예매를 하지 못하고 택시를 타고 숙소를 잡으러 갔다. 청년여관(靑年旅館,Youth Hostel)에 2인 1실(80元)의 방을 얻었다. 배탈이 나서 가볍게 만두 국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쿤밍시 중심가는 비 온 끝이라 깨끗했다. 매우 큰 건물들과 현대화된 도심빌딩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쿤밍은 윈난성(雲南省)의 성도다.

윈난성은 중국여행지 가운데 가장 손꼽히는 명소가운데 하나다. 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 도시며 겨울 여행에도 다양한 꽃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1999년 쿤밍세계화훼박람회장은 1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고 잘 보존되어 끊임없이 새로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윈난성은 해발 2000m에 달하는 고산지역이지만 저위도 고원지대이기 때문에 1년 내내 영하로 내려가지도 않고 영상 25℃까지 올라가지도 않는 기후다. 여름철 윈난 지역의 평균 기온은 20℃-25℃여서 피서지로는 안성맞춤이며 겨울보다는 봄, 여름, 가을철이 여행에 적기다.

24개 소수민족 윈난민족촌

기차역 앞에 내려 한불록 정도 걸어 내려와 윈난민족촌행 44번 버스를 탔다. 시내에서 30분정도 달려 윈난민족촌(雲南民族村)에 도착했다. 윈난민족촌은 쿤밍호의 북동쪽에 접해 있는 곳으로 24개 소수민족들 각각의 풍물과 민속자료, 민속춤 등을 소개하고 있는 민족촌이다. 윈난 지역은 중국 내에서도 가장 많은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중국정부도 소수 민족문화의 소중함과 관광자원으로써의 가치를 인식하고 적극 보존하고 있다. 187만 년 전의 유적으로 추정되는 위앤모런(元謀人)인 유적 등을 위시하여 많은 고적들이 있으며, 따리(大理)와 리지앙(麗江)의 오래된 주택보존지구인 고성(古城)은 구이린의 양수오처럼 세계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성소가 되고 있다.

타이·포랑·백족 등 각양각색

매표소를 들어서니(입장료 70元) 느티나무 가로수 길 주변 잔디밭 위에 늘어선 과일들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야자수 길을 지나 수양버들이 늘어진 호수가에 이르면 흰 뾰족탑이 자신의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다.

첫 번째 방문지는 타이족 거주지로 타이족 전통의상과 목기류, 이불, 담요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태국의 전통 민속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다. 태국의 영향을 받은 사찰에 들어가 향을 올리고 삼배를 올렸다. 오른쪽 호수가에 타이족 전통사찰 백탑이 우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모형으로 만든 백탑의 실물은 서쌍반남 타이족 자치구에 있다고 한다. 백탑을 돌면서 여행의 안녕을 빌었다.

잘 조경된 가로수길을 따라 호수 한가운데 있는 작은 구름다리를 건넜다. 태국풍 선율의 노래가락이 수양버들 가지에 스며들고 있다. 서쌍반납 자치주에 162만 태족들이 거주하며 자신의 달력과 언어와 의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인구 8만의 얼굴이 검푸른 남방계열 포랑족(布朗族)의 소박하고 원시에 가까운 생활도구들과 인구 1만 8,000명의 태양을 숭배하는 기약족(基若族), 흰색을 사랑하고 차 문화가 발전된 백족(白族)의 누각에 그려진 용과 호랑이의 벽화가 생동감있게 돋보였다. 민족촌 가운데 바이족(백족)의 문화가 가장 잘 발달된 것으로 보였다. 정원에 들어가면 잘 가꾸어진 정원수와 벽면을 모두 흰색으로 칠한 2층의 누각형 집이 있다.

우리나라 양반 주택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연못 한가운데 백색 탑 3개가 기품 있게 우뚝 솟아 있다. 잔잔한 남빛 연못가 주변엔 수많은 비둘기 떼들이 모여들어 관광객들이 주는 먹이를 먹고 있다. 리장 나시족 자치구에 가면 상형문자도 통한다는 나시족의 잘 짜여진 2층 주택과 나시족 아가씨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의상이 인상적이어서 3번이나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티벳불교를 재현한 장족

쿤밍지역에 거주하는 24개 소수민족의 다양한 민족촌을 방문하면서 그들의 생활양식과 가재도구, 방 배치도, 가옥구조 등을 비교분석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장족(藏族)촌을 방문하였다. 티벳불교사원의 모습이 재현된 장전불사(藏傳佛寺)에 들려 다음 답사지역인 티벳의 라사와 수미산, 네팔. 부탄, 인도로 향하는 여정에 부처님의 자비를 빌었다. 이번 답사의 테마는 실크로드 탐사인“길(Road)”이다. 다음번은 마음의 고향인 종교가 주제가 될 것이다. 티베트 불교사원은 중국이나 우리와는 복장이나 사찰의 분위기가 많이 차이가 났다. /시인·극동정보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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