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세대 간 대결 구도
신구 세대 간 대결 구도
  • 안병권 부국장<당진>
  • 승인 2011.10.2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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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10·26 재보궐 선거가 막을 내렸다. 역대 재보선을 통틀어 이번 선거만큼 치열한 적이 없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이슈가 전국적으로 판을 키웠기 때문이다. 후보는 물론 차기 대선 예비주자들까지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선거 열기가 후끈 달아 올랐다.

투표 막바지에는 각 진영에서 사활을 건 총력전이 이어지면서 선거 기간내내 네거티브 공방도 모자라 민주주의 꽃이라는 투표 참여를 두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논란이 가열됐다. 투표 참여에 대한 설전은 지난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을 비롯한 야권이 이른바 ‘나쁜 투표’임을 내세워 투표 거부운동에 들어가자 여당은 기본권 행사마저 박탈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교육자가 투표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교육자의 양식에 어긋난다고 압박했다.

투표 참여는 직접 민주주의의 수단이라는 주장을 폈다. 투표 불참운동이 이슈가 되면 유권자들이 부담을 갖기 때문에 의사표현 자유를 빼앗는 투표 거부운동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폈다. 여야는 투표 참여와 불참이라는 상충되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모두 민주주의를 내세웠다. 여당은 “투표 불참은 민주주의 절차 위배”라고 지적했고, 야당은 “투표 거부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첨예하게 대립한 이면에는 주민투표법이 작용했다.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 유효 투표수의 과반이 찬성해야 주민투표 안건이 통과되며, 투표인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면 아예 개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번 재보선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 24일 인기가수 이효리씨가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것이 좌파 논란을 불러 왔다. 이효리씨는 소설가 이외수씨가 젊은이들에게 투표를 독려한 글을 리트윗 했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이 무상급식에는 함구하고 보궐선거에서 투표를 독려하는 것이 좌파 증거라며 비난의 댓글이 폭주했다.

이 같은 사례는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탤런트 박상원씨가 투표를 독려하는 1인 피켓시위를 한 적이 있다. 이때 야당으로부터 ‘개념이 없다’는 등의 비난이 폭주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이 투표 독려를 통해 정치에 무관심한 계층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투표 참여에 나섰다고 해서 개인을 놓고 보수와 진보 성향 네티즌의 논쟁 확산은 지양되어야만 한다. 개인 성향을 들어 문제를 제기하는 자체도 우스꽝스럽다. 유권자는 투표로 말을 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국민으로서 해야할 당연한 권리와 의무에 좌와 우로 덧칠해 계량하는 것은 난센스다.

이번 재·보선을 마지막으로 투표 참여에 관한 한 더 이상 편가르기식의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고질병이 아닐 수 없다. 사회 통합이 절실한 마당에 20~30대, 40대, 50~60대로 나눠 투표 참여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자체도 부자연스럽다. 투표율이 낮아야 승리를 점치는 여당이나, 높아야 승리를 장담하는 야당의 셈법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그 셈법에 따른 신구 세대의 대결 구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모든 세대 유권자가 당연한 권리를 행사할 때 그 모든 것을 종식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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