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26 >
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26 >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4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 덮힌 절경앞에 근심어린 상념과 마주하다
▲바이산의 또 다른 절경.

빙하가 남기고 간 호수와 설산을 배경으로 세계적인 관광대국으로 성장한 스위스도 가장 열악한 자연 조건을 가장 풍요로운 관광자원으로 가꾸어 놓은 나라다.

자연이 준 선물이 아니라 신이 버린 불모지마저 황금들판으로 가꾸고자 하는 인간의 집념과 의지 앞에는 굴복할 수밖에 없다.

해발 567m의 스위스 인터라켄(INTERLAKEN)에서 해발 790m의 라우터부르넨(LAUTERBRUNNEN)까지 20분 정도 기차를 타고 올라가 다시 체인으로 감아 올라가는 체인레일 기차를 갈아타고 계곡의 비경을 보는 풍경은 알프스의 자연경관보다는 그것을 가꾸는 스위스인들의 집념과 의지가 더 위대하게 느껴졌다.

1,274m의 벵겐 마을에서 굽어보는 암벽산과 흰 눈, 침엽수림과 푸른 목초지가 어울려 알프스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전경들이었다.

설원의 산장마을과 깎아지른 듯한 급경사 산비탈에 굴을 뚫고 체인레일을 깔아 해발 3,160m에 터널 정거장을 만들어 알프스의 비경을 볼 수 있도록 만든 스위스인들의 끈기와 용기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산지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3번에 걸쳐 시차를 두고 관광객들이 관람하거나 촬영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그들의 서비스 정신과 단계적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관광안목은 중국의 바이산(白山)에 비할 바가 아니다.

갖가지 동물모양을 조각한 얼음 궁전의 터널 길과 융프라흐의 얼음 계단, 미로 같은 암벽터널들, 도무지 이 높은 산꼭대기에 이런 엄청난 시설을 할 수 있었던 그들의 혜안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의 악조건을 활용하여 최고의 관광 상품을 창조하는 감투정신이 알프스 관광을 경외감과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유럽의 꼭대기 3,571m 산정 아래 펼쳐지는 아득한 목가적인 스위스 마을의 풍경들을 유럽 최고의 관광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안목이야말로 오늘의 알프스 관광을 만든 원동력이다.

눈부신 햇살아래 알몸을 드러낸 만년설과 산위에 떠 있는 솜털 같은 뭉게구름, 숲과 푸른 초지로 이분화 한 알프스의 모든 마을들은 철저히 그들의 불굴의 의지와 개척정신의 산물이지 자연이 준 선물은 아니다.

평원으로 이루어진 부유한 유럽 대륙에서 거칠고 쓸모 없는 불모의 산악지역을 배경으로 다른 나라와 차별화한 산악관광 자원을 개발하여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발돋음 할 수 있었던 것도 99% 땀의 대가이지 풍요로운 자원이 가져다 준 선물은 결코 아니다.

1912년에 개통했다는 체인레일식 기차를 타고 융푸라흐 산정에 올라서니 만감이 교차하였던 것도 스위스인들의 의지에 감탄했기 때문이었다.

허허벌판 네바다 사막의 한가운데 라스베가스를 만들어 새로운 도시개념을 제시하고 꿈과 낭만이 깃든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만든 것도 99% 인간이 창조해 낸 의지의 결과물이다.

우리나라 관광의 최대의 문제점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이러한 컨셉을 만들어 내고 창조해 내는 인력개발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순환보직으로 인해 몇 년간 관광분야를 담당한 후 힘있는 보직으로 영전하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장기적이고 새로운 컨셉을 창조할 수 있는 관광전문 인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지자체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한 시·군에 관광전공자가 거의 전무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고 보면 새로운 개념의 관광 컨셉을 각 지역마다 창조해 낸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중국관광의 장점은 접근성의 편리함이다. 내외국인들로 하여금 쉽게 관광지에 다가갈 수 있게 만든 접근성으로 인하여 만리장성이나 구이린, 쿤밍 등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할 수 있었고 장자지에(張家界)도 설악산보다 부족한 감이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음 하고 있다.

알프스의 융푸라흐도 터널과 체인레일을 만들어 기차나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몇 사람의 알피니스트가 찾는 유럽의 오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알프스에 터널과 레일을 깔고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스위스인들을 누가 자연 파괴자라고 할 수 있을까. 자연보존도 중요하지만 원형을 잘 보존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게 개발하는 것도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 측면에서 더욱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답사를 하면서 설악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세계에 내 놓아도 최고의 관광자원임은 틀림이 없으나 내국인들이 찾는 국내관광지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설악산의 절경을 한눈에 조망하고 그 아름다움을 즐기고 평가할 수 있는 접근성의 어려움 때문이다.

설악산은 금강산과는 달리 1,708m의 대청봉을 중심으로 한 주변 경관을 등산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접근성이 쉬운 금강산에 가려 1960년대 이후에야 루트가 개발되고 비로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젊고 등산에 능한 사람이 아니면 험준한 설악산의 코스를 제대로 등정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설악산의 기슭이나 권금성의 케이블카를 타보고 설악산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설악산을 외설악, 내설악, 남설악으로 나누어 볼 때 그 규모나 코스가 매우 크고 다양하다.

사계절의 다양한 변화와 선경을 펼쳐 놓은 것 같은 운해의 바다, 현란한 단풍잎을 펼쳐 보이는 험준한 설악의 파노라마를 짧은 시간에 등산하며 관광하기에는 외국인들에게는 너무 힘든 코스다.

특히 어린아이나 노약자들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가족단위로 여행하는 외국인들이나 노년을 즐기고자 하는 부부들일 경우는 설악산은 그에 합당한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설악산도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내설악의 일부 코스에 케이블카와 같은 시설을 설치하여 세계인들이 함께 보고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조망관광을 개발할 수 있다면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

관광을 돈을 벌어들이는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우호적인 감정을 갖게 하여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새로운 문화적인 공감대를 갖게 하는 것도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관광의 중요한 역할이다.

1시간 30분가량 백산의 정상에서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중국관광은 매우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는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심정마저 들었다.

4,643m의 정상 전망대에서 중국인들의 의지를 보면서 관광선진국으로 향한 우리의 목표와 방향을 무엇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저녁 6시쯤에 고성으로 돌아왔다. 고성 위쪽 언덕위에 위치해 있어 고성 전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석축 계단을 따라 산언덕을 오르면 5층짜리 화려한 완구로우(萬古樓) 누각이 우뚝 솟아 있다.

16개 기둥으로 받치고 있는 22m짜리 이 건물은 나시족의 번영과 화합의 상징으로 축조된 것으로 가장 높은 곳에서 좋은 경치를 즐긴다는 운구룬(溫古輪)에서 유래된 말이다.

저녁노을에 비친 고성 마을의 옛집들과 왕부(王府) 건물들이 한눈에 들었다. 목조 건물로 이루어진 시가지의 모습은 옛날 우리나라의 한옥마을들을 연상시킨다.

저녁 때 사쿠라에서 맛있는 김치찌개를 다시 한번 맛보며 일행들과 이별의 아쉬움을 나누었다.

거리는 외국인들로 넘치고 붉은 등불 아래 대화를 나누는 세계의 젊은이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고성의 분위기다.

우아하고 화려한 파리의 예술적 분위기와는 달리 서민적인 푸근한 정취를 풍기는 이곳이 오히려 나그네의 지친 마음을 감싸주고 있다.

매혹적인 여인의 유혹 같은 파리의 샹들리제 거리보다는 주막집의 시골아낙 같은 고성의 분위기가 더욱 정감이 있다.

야트막한 언덕길로 나 있는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보다는 이곳의 분위기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