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28 >
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28 >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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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 마애불상 러산(樂山.낙산)대불
빠오궈쓰(報國寺.보국사)를 보고 러산으로 가기로 했다. 3시경 빠오궈쓰 입구에 도착했다. 무성한 가로수 길로 사찰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입구 현관에는 커다란 청동항아리가 서 있고 양초와 향을 피우는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붉은 기둥에 검은 색의 벽면과 기와로 덥여 있는 사찰이다.

미륵전의 안쪽 중심부에는 석가여래 좌상을 주불로 모신 대웅보전이 있다. 벽면에는 18나한이 늘어섰고 대웅전 뒤쪽으로는 석가모니불을 포함한 7불의 상이 봉안된 7불전(七佛殿)과 보현전이 배치되어 있다.

주변에는 희귀식물들을 기르는 식물원과 나무숲 정원이 인상적이다. 16세기에 창건된 빠오궈쓰는 어메이산 입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배낭여행자를 위한 깨끗하고 저렴한 숙소와 식당을 구비하고 있어 많은 여행자가 이곳에 머물곤 한다. 어메이산의 사찰들 대부분은 숙박이 가능하다.

어메이산을 둘러 본 후 러산의 대불로 향했다. 러산 따포쓰(大佛寺.대불사)까지 가는 차는 수시로 있다. 러산은 어메이산으로부터 동쪽으로 33km, 청두에서는 162km 떨어진 도시다. 그러나 청뚜로 가는 시간이 빠듯하여 봉고차 기사와 흥정을 하여 다른 일행과 함께 1인당 25元에 합승을 했다.

오후 3시 35분 러산으로 출발했다. 중국인들의 만만디 운행과는 달리 개인이 운행하는 봉고차는 날아갈듯이 달렸다. 40여 분만에 러산항에 도착했다. 황토물인 대도하천과 남색 물빛을 띤 민강이 합수하여 러산 따포쓰 앞을 흘러가고 있다. 따포쓰(大佛寺) 입장료는 80元이고 유람선을 타고 구경하는 데는 30元이라 배를 선택했다.

빗방울이 간간히 뿌리고 있다.

유람선이 서서히 붉은 강 물결로 미끄러지고 있다. 감기가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일정에 맞춰 답사를 진행하다보니 온몸이 나른하고 피로감이 엄습한다. 도시의 건물들이 물빛에 잠기고 큰 탑이 러산의 산정에 솟아있다.

붉은 암벽 속을 파고 조각해 논 러산의 대불을 보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 보았다. 암벽 산 한가운데 무릎에 손을 얹고 앉아서 평화롭고 인자한 눈빛으로 굽어보는 모습을 알현하니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다. 산위에 있는 계단에서 내려와 대불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개미처럼 왜소해 보인다.

러산 대불은 어메이산 동쪽의 민강과 청의강, 대도하가 합류하는 능운산 자락에 있는데 능운산 서쪽 절벽 전체가 대불로 조각되어 있어 머리와 산의 높이가 같은 71m이다. 어깨 넓이 28m, 귀의 길이만도 7m로 귀안에 사람이 들어갈 수도 있고 서너 명이 발톱위에 앉아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을 만큼의 규모다. 러산은 당나라(713년) 때 홍수를 막기 위한 기원으로 한 승려가 원을 세우고 90년 만인 803년에 완성되었다. 능운사 뒤쪽의 대불로 통하는 길에는 대불을 만든 해통(海通)선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실로 3세대에 걸친 대 역사를 보면서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불심이 모여 저렇듯 거대한 부조물을 지상에 만들어 놓을 수 있었던 것일까. 대불이 없는 러산은 황토 강이 흐르는 이름 없는 삭막한 도시에 불과할 것이다. 대불이 없다면 러산 관광도 의미없을 것이다. 부드러운 붉은 암벽을 이용하여 세계에서 가장 큰 옥불좌상을 조각한 옛 사람들의 인내와 노력에 머리 숙여 합장하며 청뚜로 발길을 돌렸다.

러산으로 올 때 양양 낙산사(樂山寺)와 지명이 같아서 매우 궁금한 곳이었다. 양양의 낙산은 푸른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망망대해를 굽어보는 절경을 가지고 있다면 러산은 황토 물과 남빛 물결이 합수하는 탁하고 작은 강 물결을 굽어보고 있다. 주변의 경치도 러산은 도시의 건물들이나 강물이 전부라면 양양 낙산은 설악산을 배경으로 한 동해의 푸른 물과 백사장을 가지고 있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주변 경관이 뛰어나다.

그러나 만든 지 일천한 양양 낙산사의 해수관음보살상으로는 러산대불을 만든 집념이나 웅장한 규모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강가와 바닷가에 위치한 모습이나 절의 배치도를 보면 러산 대불사와 양양 낙산사는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러나 90년 간에 걸친 인간의 위대한 정신과 의지로 만든 대불을 바라보면 양양 낙산사의 아름답고 뛰어난 자연경관만으로! 는 비교하거나 평가할 수만은 없는 것이 아닌가.

삼국지의 고장 청두(成都.성도)

오후 6시 30분 러산에서 청두로 출발했다. 청두는 쓰찬(四川)성의 성도다. 사천성, 즉 쓰찬성은 약칭으로 천(川) 혹은 촉(蜀)이라 부른다. 면적은 48.5만㎢ 이며 중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우리에게 쓰찬은 맵기로 유명한 요리로 인식되고 있다. 쓰찬 요리는 중국 내륙의 쓰찬성(四川省), 구이저우성(貴州省), 후난성(湖南省) 등지에서 발달한 요리를 말한다. 내륙의 분지인 지역적인 영향 때문에 더운 여름에는 음식의 부패를 막기 위해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며 특히 매운 요리의 기본 재료인 고추, 후추, 마늘, 파, 등을 많이 사용하여 우리의 입맛에 비교적 잘 맞는 음식이다.

쓰찬인들이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혹독하게 추워서 매운 음식을 통해 땀을 내거나 몸 안에 열을 만드는 방식으로 고추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요리는 전국적으로 여러 계통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광둥성을 중심으로 남쪽지방에서 발달한 광둥요리와 쓰촨성을 중심으로 산악지대의 영향을 받은 쓰촨요리, 황허 하류의 평야지대를 중심으로 발달한 상하이요리, 수도인 베이징을 중심으로 발달한 베이징요리를 중국 4대 요리로 손꼽고 있다. 광둥요리는 중국 동남부에 있는 광둥성(廣東省),푸젠성(福建省),광시좡족 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에서 주로 먹는 요리를 통칭한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종류를 가지고 있는 것이 광둥요리로 네 발 달린 짐승이면 무엇이든지 요리할 수 있다는 요리의 천국이다.

상하이요리는 바다가 가까운 하구 난징을 중심으로 발달되었기 때문에 해산물과 미곡을 이용한 요리가 많으며 간장과 설탕을 사용하여 달고 진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원래 난징을 중심으로 발달한 요리였는데 상하이가! 항구로 발달하여 국제적인 풍미를 갖추게 되면서 상하이요리로 부르게 되었다. 베이징요리는 궁정요리가 발전하여 청나라 때에 그 절정에 이른다. 베이징요리는 튀김이나 볶음요리가 발달했는데 특히 북경의 오리구이가 유명하다.

삼국지의 중심 무대 중에 하나였던 촉한(蜀漢)의 수도 청두는 소설 삼국지를 통해 잘 알려진 역사의 도시다. 인구가 많고 산악지대가 많은 쓰찬은 비교적 낙후된 지역이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서부계발 계획에 따라 경제발전에 활기를 되찾고 있으며 청두를 비롯한 도시들이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청두는 2001년부터 아시아나항공이 정식 취항할 만큼 비중이 커져가는 지역이다.

저녁 8시 15분 청두에 도착하여 버스 터미널 주변의 교통반점(交通飯店)을 찾았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숙소로 다인방이 있어 외국인 배낭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중국에서는 우리와 달리 버스를 기차(汽車)로 표기하고 우리의 열차를 화차(火車)로 표시하기에 다소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행히 신남문 기차참(新南門汽車站) 바로 옆에 숙소를 정했다.

아침식사가 포함된 3인 침실을 갖춘 객실을 구했다(1인 40元). 방에 들어서자 우리보다 먼저 온 일행을 만났는데 중국에서 공부하는 우리나라 여대생으로 혼자 여행 중이었다. 내일 티벳 라싸로 버스를 타고 혼자서 간다며 매우 반가워했다. 따끈한 용정차를 끓여 여독을 풀었다.

지난 밤 깨끗하고 화려한 청두의 야경을 감상했다. 잘 정비된 도시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침은 프랑스 대학생 비안카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그녀의 유쾌하고 스스럼없는 대화에 매우 즐거워졌다. 지난밤 호텔에 늦게 도착하여 일행이 되어 함께 식사하게 된 인류학을 전공하는 여대생이다. 며칠 더 청두에 머문다는 그녀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며 여정에 행운을 빌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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