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번 서울시장·대통령의 조건
다음번 서울시장·대통령의 조건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9.2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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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 서울시장을 놓고 이번처럼 여성 후보들이 각 당을 대표해 초장부터 분위기를 휘어잡은 건 일찍이 없었다. 그렇다면 왜 이들에게 사람들이 환호할까? 이것이 궁금해진다.

분명한 것은 나경원·박영선은 보통사람들에겐 처음부터 무슨 자질이나 정치력의 잣대로 다가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들에 대해선 아직까지 제대로 검증된 게 하나도 없다. 사람들은 오히려 이들 두 여성후보에게 마치 어머니의 가슴팍에서나 느낄 법한 그 따뜻함과 희망, 감동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국민들은 지금 많이 메마르고 황폐해 있다.

◆ 한바탕 회오리 바람을 일으킨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비판자들은 안철수와 이명박은 샴쌍둥이라고 일갈했다. 그저 깨끗하고 선한 인상으로만 기억되던 안철수가 졸지에 차기 대통령감에 꽂힌(?) 것이나, 건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성공한 전문경영인 MB가 ‘국민들을 잘살게 하겠다’는 말 한마디로 유권자로부터 앞뒤 안 가리는 환호를 받은 것이나 서로 오십보 백보라는 진단에서다.

결국 국민들로 하여금 MB를 선택케 하고 비록 한순간이지만 안철수에 열광케 한 것은, 냉정히 말해 이미지로서의 기대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정치와 선거가 아무리 이미지에 죽고 이미지에 산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게 재단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좀 그렇다.

아닌 게 아니라 후보시절 MB의 대표적 이미지, 대표적 브랜드였던 이른바 747공약은 이미 말짱 도루묵이 됐다. 그 누구든 다시 연평균 7% 성장, l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을 입에 올렸다간 실없는, 참으로 한심한 사람쯤으로 취급당한다.

◆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태가 결국 재수사를 받게 됐다. 영화 ‘도가니’를 보면서 사람들은 천인공노할 야만성에 분노를 토하다가도 그야말로 발정난 기득권에 의해 하나 둘 스러져 가는 장애아동들의 절규를 접할 땐 끝내 눈물을 쏟아낸다.

일개 지방의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또 어떻게 인간성을 파괴하는지를 이 영화는 절절하게 보여준다. 지역유지와 공권력의 유착, 전관예우, 공직자의 무사안일, 그리고 이의 굴레에서 빚어지는 작은 권력의 온갖 횡포는 곧바로 우리나라의 총체적 현실로 각인된다.

◆ 차기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꼭 명심할 것이 있다. 국민들은 더 이상 그들에게 전지전능한 신통력을 바라지 않는다. 그보다는 영화 도가니를 보면서 같이 분개하고 같이 슬퍼할 줄 아는 인간 본연의 심성을 소유한 리더를 원하는 것이다.

지금은 차라리 19세기 초에 실험됐다가 과학과 철학이 없다 하여 멸시받은 공상적 사회주의, 이른바 온정적 리더십과 통치력이 더 절실할 수도 있다. 자본가는 노동자를 배려하고, 권력은 힘 없는 자를 먼저 헤아리는가 하면, 가진 자는 못 가진 자와 나눌 줄 아는 이런 따뜻함의 발산 말이다. 이미 이때부터 경계된 자본과 권력의 게걸스러움은 두 세기가 지난 시점에서도 지구, 아니 대한민국을 옥죄고 있다.

영화 도가니의 여주인공은 이렇게 외친다. “우리가 싸우는 건, 세상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그렇다. 국민들의 생각과 마음은 늘 정해져 있는데도 무슨 선거만 되면 이를 바꾸겠다고 덤벼드는 후보들이 넘쳐난다. 그러다가 당선이라도 되면 마치 광주 인화학교의 발정난 X들처럼 권력을 조자룡 헌칼 쓰듯 휘두르다가 임기도 채우기 전에 되레 레임덕의 칼을 맞고 대부분 추락한다.

하면 현재, 국민들의 생각은 어디에 꽂혀 있을까. 당연히 잘 먹고 잘사는 문제, 정직하게 살아도 대접받는 나라,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도 저들은 진보니 보수니 하며 그들만의 패싸움을 다시 본격 시작할 태세다. 또 틀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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