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아침 10분 독서 활동'.
책 읽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아침 10분 독서 활동'.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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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봉초등학교로 와서 심도 있게 추진하고자 하는 학교 특색사업 중의 하나로 소개받은 것이 바로 아침 시간을 활용하여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 주자는 것이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나는 자녀 교육에 관한 여러권의 책을 읽으면서 가정에서의 기본 교육의 중요성과 함께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더 확인했었기에 책 읽는 교실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 올해에는 적어도 하루 10분간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자. 그 시간만은 아이들과 함께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게 만들어 보자.'

처음 한 달 동안은 잘 되는 듯했다. 틀이 잡혀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6교시에 실시하는 한자 재량 활동을 아침 시간을 활용해서 하자는 의견이 동학년 선생님들에게서 나왔고, 아이들도 빨리 수업을 마칠 수 있다니까 모두 그것을 원했다.

그래서 재량 활동인 한자 학습을 아침 시간으로 옮겼는데, 한자 학습 지도와 독서 지도를 한꺼번에 하게 되니 아이들도 나도 바쁘기만 했고 오히려 읽으려고 준비해 온 책을 덮어버리고 싶어졌다.

'두 가지의 일을 한꺼번에 하려니 할 수 없지.'하고 포기하다가도 독서 활동 10분은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우리 다같이 10분 동안은 정신 차려 정독하도록 해 보자"고 요구하여 아이들은 책을 읽게 한 뒤 정작 나는 메신저로 날아온 학교 업무에 관한 쪽지에 대한 답변이나 밀린 업무 처리로 시간을 보내는 등 자꾸 처음 마음이 사라져 가는 바람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내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가게 되었다.

아이들은 참 빨리도 알아차렸다. 사제동행으로 책읽기를 할 때에는 잘 먹혔지만 아이들만 책을 읽게 하는 날은 금방 알아채어 웅성대며 하나둘씩 교실을 돌아다니는 아이들까지 생겼기에 내 목소리는 높아져야만 했다.

마음 한편으로 6학년이고 똑똑한 원봉초등학교 아이들이니 내가 바쁜 것쯤은 이해해 주리라 스스로 위로하며 내 할 일을 했던 시간들이 후회가 되었다.

부모와 교사가 반듯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본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랄 수 있다는 내 나름대로의 믿음을 내가 먼저 저버린 것 같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침 시간 10분 책읽기가 평생 아이들의 독서 생활의 기본 바탕이 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성공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아이들과 책 읽는 아침 시간 10분은 반드시 비워 두자고 출근길 교문을 들어서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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