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방학 동안 나는 자녀 교육에 관한 여러권의 책을 읽으면서 가정에서의 기본 교육의 중요성과 함께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더 확인했었기에 책 읽는 교실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 올해에는 적어도 하루 10분간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자. 그 시간만은 아이들과 함께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게 만들어 보자.'
처음 한 달 동안은 잘 되는 듯했다. 틀이 잡혀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6교시에 실시하는 한자 재량 활동을 아침 시간을 활용해서 하자는 의견이 동학년 선생님들에게서 나왔고, 아이들도 빨리 수업을 마칠 수 있다니까 모두 그것을 원했다.
그래서 재량 활동인 한자 학습을 아침 시간으로 옮겼는데, 한자 학습 지도와 독서 지도를 한꺼번에 하게 되니 아이들도 나도 바쁘기만 했고 오히려 읽으려고 준비해 온 책을 덮어버리고 싶어졌다.
'두 가지의 일을 한꺼번에 하려니 할 수 없지.'하고 포기하다가도 독서 활동 10분은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우리 다같이 10분 동안은 정신 차려 정독하도록 해 보자"고 요구하여 아이들은 책을 읽게 한 뒤 정작 나는 메신저로 날아온 학교 업무에 관한 쪽지에 대한 답변이나 밀린 업무 처리로 시간을 보내는 등 자꾸 처음 마음이 사라져 가는 바람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내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가게 되었다.
아이들은 참 빨리도 알아차렸다. 사제동행으로 책읽기를 할 때에는 잘 먹혔지만 아이들만 책을 읽게 하는 날은 금방 알아채어 웅성대며 하나둘씩 교실을 돌아다니는 아이들까지 생겼기에 내 목소리는 높아져야만 했다.
마음 한편으로 6학년이고 똑똑한 원봉초등학교 아이들이니 내가 바쁜 것쯤은 이해해 주리라 스스로 위로하며 내 할 일을 했던 시간들이 후회가 되었다.
부모와 교사가 반듯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본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랄 수 있다는 내 나름대로의 믿음을 내가 먼저 저버린 것 같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침 시간 10분 책읽기가 평생 아이들의 독서 생활의 기본 바탕이 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성공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아이들과 책 읽는 아침 시간 10분은 반드시 비워 두자고 출근길 교문을 들어서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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