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이지아를 보는 시선들
서태지와 이지아를 보는 시선들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05.02 2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지난달 21일 서태지와 이지아의 비밀 결혼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서태지와 이지아에게 쏠렸다. 결혼과 이혼, 그리고 위자료 소송까지,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났던 14년간의 일들이 단 며칠 만에 낱낱이 폭로됐다. 이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연예인의 신비주의가 몰락한 날이라는 말도 들리고,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자진 하야라는 말도 들린다. 가수 서태지씨의 베일에 가려진 사생활이 최정상의 연예인으로 오래 군림(?)하고자 했던 의도였는지, 아니면 일반인의 시선이 정말 싫어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팬들의 실망은 실망 그 이상이었다.

그런가 하면 이제 막 연예계에서 얼굴을 알리며 활동하고 있는 배우 이지아의 철저한 베일 작전도 시청자를 우롱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나이와 이름, 자신의 과거 행적까지 덧씌운 채 브라운관에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조용히 묻고 갈 수 있었던 둘의 문제가 위자료 청구로 불거진 것을 보면 사랑의 뒤끝이 개운치 않다. 뉴스보다 더 뜨겁게 언론과 인터넷을 달군 이번 파문은 서태지라는 인물이 가진 파급력을 대변해 주기도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화상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우선 남의 일을 내 일 이상으로 팔걷어 붙인 소위 인터넷 수색대들의 활약은 놀라울 지경이다. 10년 전의 기록과 말, 행동에서 단초를 잡아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드레스에 디자인된 글씨에서도 개연성을 찾아낸다. 개인 사생활에 마치 목숨이라도 걸듯 찾아내는 이들의 행동을 정보화시대로 포장하긴 좀 그렇지만, 집요한 정보 수집에서 놀라움을 넘어 섬뜩함을 느낀다.

이지아의 위자료 청구에 대한 남녀의 견해차도 확실히 드러냈다. 남성 대부분은 위자료를 왜 주냐고 하고, 여성들은 당연히 재산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돈도 많은데 왜 그걸 안 줘서 문제가 나도록 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과 사랑했다면서 위자료도 안 주냐는 사람들, 그래도 위자료가 이번 파문의 중심인 것을 보면 역시 돈 문제가 가장 현실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참으로 분분하다.

여기에 공인으로의 책임에 대한 질책도 무시할 수 없다. 서태지는 1990년대 우리나라의 문화아이콘이었다. 수많은 팬들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눈이 쏠렸고, 그의 말 한마디에 따라 움직이는 팬들이 즐비했다. 대중의 인기가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몰고 온 족쇄로 작용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는 데 용기를 내야 했지는 않았을까. 그랬다면 대중들 앞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미소가 최소한 허탈한 가식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문제가 눈덩이처럼 불거지자 두 사람은 각자의 입장을 표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두 사람의 입장을 보면 이해 못할 것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너무 늦은 사태 수습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꼴'이 됐다.

어찌됐든 이번 파문이 잠잠해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진솔한 그들의 답변이 들리지 않는 한 호기심 많은 누리꾼들의 눈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이 죄가 아닌 이상, 결혼도 이혼도 죄가 아니다. 서태지와 이지아 두 사람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은 사랑도 결혼도 이혼도 아니다. 가짜가 판 치는 세상에서 진실을 보고 싶어하는 시선이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