功은 평가하되 過 잊어선 안돼
功은 평가하되 過 잊어선 안돼
  •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 승인 2011.04.2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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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은 누구입니까." 예전 어느 조사기관이 사학자들에게 물었다. 1위는 단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었다. 내일(4월 28일)은 충무공의 탄신일이다. 30여년 전 초등학교·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이날은 국경일에 버금가는 중요한 날이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충무공 숭배에 열정을 쏟았다. 아산의 현충사 성역화 사업에 많은 돈을 쏟아 부었고, 각급 학교에선 충무공의 애국애족 정신을 집중 교육시키도록 했다. 당시 현충사는 수학여행 0순위 장소였다.

수년 전 현충사 인근 충무공 묘소에서 후손인 덕수 이씨 종친회 간부를 만난 적이 있다. 얼굴을 붉히며 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터뜨렸다. "1990년대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면서 충무공 탄신일에 대통령이 현충사에 오질 않는다. 박 대통령은 매년 왔고 전두환 전 대통령 때부터 가끔 안 오더니 요즘 대통령은 아예 올 생각을 안 한다." 당시 이 얘기를 들으며 민주화와 함께 문민정부시대가 되니까 군사정권시대와 달리 무신이던 충무공이 홀대를 받는구나 생각했었다.

그래도 이순신 장군은 '성웅(聖雄)'이란 극존칭이 붙는 역사적 인물임에 틀림없다. 공(功)을 덮을 만한 과(過)가 없기 때문이다. 최고통치자인 왕(王)으로서 충무공만큼 존경받는 인물은 세종이다. 한글 창제, 측우기 발명 등 헤아릴 수 없는 치적을 남겼다.

그러면 존경받는 대통령은 누굴까. 불행하게도 우리의 전직 대통령 몇 명은 물러나서 법정에 서는 데 바빴다. 슬프고 부끄러운 역사의 일면이다.

지난주 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씨가 4·19 희생자들에게 사죄의 참배를 시도했으나 관련 단체 회원들의 제지로 무산됐다. 언론에선 모든 단체들이 이씨의 사죄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며 이 대통령의 공과는 분명히 나눠 생각해야 한다는 논지를 펴면서 독립운동, 대한민국 건국, 6·25 미군 참전, 반공포로 석방, 한·미 군사동맹 체결 등 긍정적 기여를 역설했다.

사실 고 이 전 대통령의 '복권' 움직임은 10여 년 전부터 있어 왔다. 기념사업회가 설립됐고, 일부 언론이 재평가를 시도했다. 그에 대한 연구서들이 나오고 평전이 출간됐다. 이 대통령의 긍정적 역할론이 강조됐다. 이인수씨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아버님은 4·19 정신을 높이 평가했고, 희생당한 젊은이들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다"며 이 전 대통령의 '진심'을 전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공이 명확하듯 과도 분명했다. 임시정부 분란, 친일파 중용, 부산정치파동(재선 개헌안 통과), 조봉암 사형, 3·15 부정선거 등은 이 대통령과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다. 그의 과는 개인적 과오가 아니었다. 국가 대사와 관련된 일이었다.

'근대화 대통령'으로 통하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평가도 이 전 대통령과 같은 선상에 있다.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두각을 보이면서 박 전 대통령 재평가 논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 조만간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자녀 덕분(?)에 독재자의 멍에를 벗을지도 모른다.

이승만·박정희 두 대통령이 훌륭한 업적을 일궈냈음을 부정할 순 없다. 그렇다고 그 공이 모든 과를 덮을 순 없다. 그들은 평범한 일개인이 아니었다. 국가와 국민의 현재·미래를 책임지는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을 평가하는 잣대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역사의 심판은 준엄해야 한다. 충무공과 같이 모든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대통령의 출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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