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터지는 '대학 비리'
줄줄이 터지는 '대학 비리'
  • 한인섭 <사회부장>
  • 승인 2011.04.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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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대학 비리가 다양한 형태로 노출되고 있다. 연구비 횡령·유용에다 공사 비리까지 끝이 없다. 엊그제 국민권익위 조사가 진행된 충주대 직원은 직전 상사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다. 연구비 횡령과 공사 비리 의혹이 제기된 충북대와 충청대 일부 교수들도 검·경 조사를 받고 있다.

얼마 전엔 카이스트 문제가 도마에 올라 감사원 감사를 받은 유명교수가 자살을 택하기도 했다.

대학 벤처기업 운영도 비리 단초가 되긴 마찬가지이다. 벤처기업육성특별법 근거로 교수들의 연구성과를 상품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인데, 현장에서는 엉뚱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벤처기업 자체가 성공과 실패, 두 가지 가능성이 양립하는 개념이긴 하다.

그러나 몇몇 교수들의 사례는 실패가 상당부분 용인된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흔적들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연구와 상품화, 이를 통해 사회적 기여 활동을 함으로써 공적 역할을 해야 하는데 상당수는 아예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과제를 설정해 연구비를 타 내는 데 혈안이 됐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정도이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 대학 연구비를 거듭 타 낸 프로젝트들이 아무런 성과없이 종료된 일들이 흔하다. 학술연구 영역의 특성상 비용과 가치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 탓에 감사와 수사를 받아도 종종 벗어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연구비 비리 수사 결과가 전국적으로 터지고 있다.

충북에서는 산학협력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업체 기자재 구매와 용역 대가를 받은 혐의가 포착된 충청대학 교수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충주대의 경우 창호 공사와 관련해 대학 관계자가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상당부분 수사가 진행된 모양이다. 충북대 일부 교수들도 장기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직접적인 연구비 횡령 외에도 충북대 일부 교수들은 가족과 측근들이 학술용역회사 이사나 사외이사로 등기된 사실도 확인됐다. 일부 교수는 부인이 업체 임원으로 참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두 사례 모두 교수 본인의 연구분야와 관련된 업체들이다. 교수들이 합법 형태로 설립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벤처기업과 별개의 업체여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문제는 해당대학부터 이 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보인다. 교수들의 문제라 직원들이 쉽게 나서지 않으려 하고, 교수들은 제식구 감싸기식의 태도를 보인다. 수사기관 등 외부기관이 어찌 움직일지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예나 지금이나 대학 내부의 자정기능이라곤 찾기 어렵다.

오랜 관행처럼 잔존하고 있는 연구분야 비리에 대해 당사자들은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여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제를 제기하면 "연구에 대해 아느냐"는 식의 적반하장격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바깥에서는 누구도 용인하지 않는 사안조차 대학과 교수 스스로만 '관대한 잣대'를 적용한 것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사회와 끊임없는 교감과 학문적 비판 역할에 충실해야 할 대학이 정작 자신들의 치부에 대해서는 통용되기 어려운 '딴소리'를 하곤 한다. 그래서 대학은 '외딴섬' 같은 존재가 된 것 아닌가 싶다.

이러다 보니 종종 속내가 드러나면 대학과 교수는 순식간에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곤 한다. 카이스트 사례나 충주대 사례처럼 당사자들이 극단의 선택에 이르게 된 환경은 결국 안온함에 젖은 대학 스스로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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