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선택한 할아버지
자살을 선택한 할아버지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04.2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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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70대 후반의 할아버지 한 분이 투신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노인 문제가 심각한 시대라지만 자식 잘 키워 출가시키고, 두 노부부가 오붓하게 사시다 일어난 일이라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사연인즉, 할아버지의 자살은 아내가 갑자기 뇌출혈로 응급실에 실려가면서 비관해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갑자기 쓰러진 아내가 중환자실에 입원하자, 고인은 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했다고 한다.

아내의 병원 입원이 길어질수록 자식들은 고인의 거취가 논의되었을 것이고, 아내의 빈자리를 매일매일 피부로 느꼈을 할아버지는 병상에 누운 아내보다 먼저 세상을 버리는 것으로 마지막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평생 직장인으로 살아오셨고, 경제적으로 노후대비를 해 둔 상태에서 고인이 선택한 죽음은 가족들은 물론 주변사람들에게 던져주는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래도 돈이 있는데 시설 좋은 요양소로 가셔서 여생을 편히 보내시지"라는 반응이다. 어차피 벌어진 사태를 두고 회자한들 소용없겠지만, 심각한 노인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머지않아 각자가 처해질 문제다.

노인문제가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때는 불과 10년도 안 된다. 60~70년대에 산업화 물결이 일면서 대가족제도는 핵가족화로 전환되었다. 여기에 의료발달로 수명이 연장되면서 노인문제는 사회복지에서 다양한 제도가 시행 중에 있다. 그럼에도 노인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는 나이인데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선 노인학대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갈 곳이 없는 노인들은 아침 일찍부터 공원을 배회하고, 어둑해져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금도 청주 중앙공원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대안으로 정부는 시니어클럽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마련하고 있지만, 급속한 노인 인구에 비하면 아직도 미흡하기만 하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려운 판에 정신적인 문제까지 대안을 세우라고 하기엔 국가차원의 복지제도가 버거운 실정이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문제를 제도적 보완 속에 인식의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삶의 질은 경제적 풍요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충족도 그에 못지않다. 그동안 노인문제는 노인문제로만 보아왔기에 근본적인 노인문제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싶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요즘 극장가에 조용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가 있다. 노인의 문제에 포커스를 맞춘 '그대를 사랑합니다'다. 네 노인의 삶이 투영된 영화는 노인도 젊은이들과 다름없음을 보여준다.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났지만 사랑이 필요하고, 능력이 필요하고, 자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비록 힘이 부치고, 사회 능력이 떨어지지만, 삶에 대한 애정이나 감정은 더 간절하고 더 깊이있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노인의 현실은 영화 속에서도 자살을 택하게 만든다. 병든 아내를 수발하던 남편은 아내와의 동반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죽음을 선택한 순간까지도 자식을 걱정하는 노인의 모습은 남은 이들을 얼마나 부끄럽게 만들며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는지 모른다.

누구도 노인의 삶을 피해갈 수 없다. 영화 속 이야기들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나고 있음을 예비 노인들은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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