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지출과 통신비
가계 지출과 통신비
  • 안병권 부국장<당진>
  • 승인 2011.04.18 2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안병권 부국장<당진>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주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도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최대한 빨리 시스템 점검과 이통사 협의를 마무리해 연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대폰 유통 구조를 소비자 위주로 바꾸는 것으로, 골자는 '블랙리스트 도입'과 '요금 인하' 방안 마련이다.

지금까지 휴대전화는 이통사가 자사에서 국제단말기 인증번호를 등록한 단말기만 개통해 주는 '화이트리스트' 제도로 유통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와 반대되는 제도는 특별히 분실이나 도난, 훼손된 휴대전화의 경우에만 오용 방지를 위해 국제단말기 인증번호를 이통사에 등록해서 개통을 막는 '블랙리스트' 제도다. 통신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이 블랙리스트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단말기 제조 회사가 직접 소비자에게 각종 휴대폰을 팔고, 소비자는 이통사에서 단지 회선 서비스만 구입하는 식이다.

외국 단말기의 구입 사용이 가능해지면 더 이상 국내에만 특정 단말기를 비싸게 파는 방법이 통하기 어렵다. 단말기 구매와 가입이 분리되면서 단말기 가격 경쟁이 활발해지고, 결국 단말기 가격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가계 통신비 절감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빠르면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방통위와 공정위 등이 운영중인 '통신요금 태스크포스팀'은 당초 목표보다 앞당겨 5월초 요금인하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각 부처마다 입장 차이가 상존하는 게 문제다. 공정위는 통신사에 전방위로 요금 인하를 위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휴대전화 보조금 지금 실태 조사와 스마트폰 가격 담합의혹 현장조사를 마쳤다. 이는 곧 요금 인하와 과징금 카드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다. 이에 반해 주무 부처인 방통위는 투자활력을 저하하지 않는 선에서 요금 인하를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합리적인 선에서 수위 조절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요금인하 주체인 통신사들의 수용 여부가 남아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통신사들은 정부의 통신요금 태스크포스팀의 활동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요금 인하의 주체지만, 현재 정부의 통신요금 논의에서는 통신사들의 입장을 철저히 배제했기 때문이다. 어느 선에서 인하 방안을 내놓을지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휴대전화 요금인하의 필요성은 오래전에 제기됐다. 통신비가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평균 통신비 지출이 13만6600원에 달해 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비, 학원비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통신비가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신비 인하 논란과 관련해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다. 최근 한시적으로 시행된 기름값 인하가 바로 그것이다. 말 그대로 생색에 그친 빈수레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름값 인하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체감지수가 미미한 때문이다. 리터당 100원 인하폭을 놓고 정유사와 주유소가 서로 '네 탓' 공방에 나서는가 하면 큰소리치던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는 모양새다.

기름값 인하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는 비판이 커진 게 사실이다.

서민 경제에 절대적인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정부가 각계 전문가와 함께 꾸린 통신요금 태스크포스팀은 최근 기름값 인하 과정의 논란을 반면교사로 삼아 더 이상 시행착오를 겪어서는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