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장 선거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장 선거
  • 한인섭 <사회부장>
  • 승인 2011.04.1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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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청주시학교운영위원회 협의회장 선거에 후보 4명이 나서 경선을 치를 예정이라는데 일반인들의 시각으로 보면 의아해 보이기 충분하다. 더구나 한 후보는 3선 연임에 도전했다는 점은 더욱 그렇다. 초·중·고 학교를 단위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운영위원회협의회라는 조직이나 4명이 경선을 치를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는 것 자체가 흔한 일은 아니다.

본래 단위학교별 자율적 교육과 다양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의 심의·자문기구가 학교운영위원회이다. 학교 예·결산과 선택교과, 특별활동 등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일을 제대로 하는 조직이냐는 점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일 이들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교육계 내부나 바깥 시각 역시 운영위원회가 학교장 거수기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더 우세한 게 현실이다. 운영 초기 교육감이나 교육위원 선출권이 주어져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기도 했으나 직선제 이후엔 형식적인 기구로 전락했다는 점과 제 역할을 해야 할 것 아니냐는 비판은 늘 따라붙었다.

충북의 경우 참여하려는 학부모들이 부족해 올해 들어 운영위원회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선학교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학교장 입맛에 맞거나 친분있는 학부모들로 구성되기 십상이다. 교육감 선거에 직간접 관여했던 이들이 일선학교 '포스트' 역할을 위해 참여하기도 한다. 게다가 학교 소재지역 교육행정 공무원이나 일반 사업자, 졸업생 중에서 선출할 수 있는 '지역위원'은 늘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주 샛별초 학교운영위원장 선출이었다. 운동장 인조잔디 조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이 학교는 운영위원회와 위원장 선출 향방이 관심사였는데 학부모 운영위원 선거에서 낙선한 인사가 학교 측 추천을 받아 결국 위원장에 당선된 경우이다. 이 학교는 6명의 운영위원을 선출했는데 인조잔디 조성 반대 학부모들이 4석을 차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탈락한 인조잔디 조성 찬성 학부모가 교사 추천을 받아 '지역위원'이 됐고, 교사운영위원 5명이 몰표를 줘 결국 운영위원장에 선출됐다는 게 반대 측 주장이다. 선거 자체도 그렇지만, 인조잔디 조성을 둘러싼 논란을 더욱 키운 일이었다. 운영갈등이 불거질 경우 운영위원 속성에 따라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운영위원과 협의회장 선거를 순수한 시각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교육계나 운영위원들조차 '젯밥에 더 관심을 둔 게 아니냐'는 좋지않은 시각이 있다. 쉽게 말해 뭔가 '이권'이 있는 탓이라는 것이다. 몇몇 후보는 이미 학부모 자격을 벗어난 '지역위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진정성은 도전받기 십상이다. 일부지역에서는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지역위원'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도교육청, 일선 교육지원청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얻는 자리인 탓이고, 크고 작은 공사에서 물품 납품까지 학교만한 '시장'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풍토가 조성된 것은 일선학교나 교육청의 허물도 크다. 학교운영에 협력을 받거나, 선거용 포스트로 활용하려다 보면 '바터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단체장 등 정치권 선거는 그럴 수 있다 치부할 수 있지만, 교육계는 달리 적용하는 게 맞다. 원칙적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후보들이 한목소리를 낸 것처럼 개혁과 변화, 본래 역할을 할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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