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충청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 남경훈 <편집부국장>
  • 승인 2011.04.04 22: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MB정부에선 지방은 없다'라는 불만이 팔도(八道)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마다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대형 국책사업을 놓고 중앙정부가 최근 들어 결정하는 행태를 보면 당연히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신공항 백지화 후 영남권 민심이 요동을 치고 있고, 이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를 두고 폭풍이 몰아칠 기세다. 대통령 공약으로 입지가 다 결정됐다고 생각했던 충청권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신공항문제로 민심이 이반되고 있는 영남 배려 차원의 분산배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고, 전라도와 강원도, 인천 등 수도권까지 가세하면서 뒤숭�!求�. 특히 오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이 발효되고 오는 7일 위원회가 첫 출범하면서 1차 회의가 열리는 등 입지 선정절차가 본궤도에 접어들게 된다.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한 특별법을 보면 입지선정을 포함해 과학벨트의 기본계획은 전적으로 위원회가 심의해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과학벨트위원회 위원들의 출신지역이 영남권 인사들로 편중됐다는 점이다.

교과부장관을 위원장으로 교과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토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 차관 6명과 민간 전문가 13명 등 모두 20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선정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당연직 위원 7명 중 5명이 영남출신이다. 위원장인 이주호 교과부장관은 대구 출신, 기획재정부 2차관은 경북 안동, 행정안전부 2차관은 경북 김천, 지식경제부 1차관은 경남 함안, 보건복지부 차관은 경남 창녕 출신이다. 교과부 2차관은 최근까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사로 재직했다. 심지어 위원회 간사를 맡게 될 교과부 추진단장도 충남 보령 출신에서 경남 합천 출신인 손재영 전 대구경북과학기술건설추진단장으로 교체됐다.

반면, 충청출신 당연직 위원은 한 명도 없다.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에서 한 번 경험했던 충청권은 위원회 활동 전부터 우려감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과학벨트도 답답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도권규제완화 문제도 발등의 불이 됐다.

이미 입법예고한 첨단업종의 범위 조정 등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이 곧바로 시행에 들어간다. 이 개정안은 수도권 규제를 받지 않는 첨단업종 범위를 기존 99개 업종 156품목에서 94개 업종 277개 품목으로 세분화하고,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에 따른 제한 완화, 대도시 지역 공장 신·증설에 따른 중과세(300%) 적용 배제 등 혜택을 주면서 첨단업종의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추가로 포함된 첨단업종에는 오송첨복단지 등 충청권의 주요 첨단산업과 신성장동력산업 분야가 대거 포함됐다. 이 때문에 지역 경제계에선 대기업의 지방투자 위축과 지방 이탈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수도권에 가장 인접해 있는 충청권은 이들 수도권 기업을 겨냥해 많은 산업단지를 개발해 놓고 있어 그 타격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번복으로 홍역을 치르더니 이제는 당연히 충청권에 올 것으로 믿었던 과학벨트를 온 동네가 다 뛰어든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나마 기대했던 수도권 기업들의 이전은 물거품이 되고 있다. 충청권의 요즘 민심은 불만을 뛰어넘어 체념(諦念)할 정도다.

그래서 내년 총선과 대선이 두렵다. 충청도는 선거 때만 존재하고, 이후에는 아예 없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