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실천하는 사람만의 행복
봉사, 실천하는 사람만의 행복
  • 윤석찬 <법무부 청주보호관찰소 책임관>
  • 승인 2011.03.3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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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윤석찬 <법무부 청주보호관찰소 책임관>

이른 봄 햇살이 유난히 화사한 3월 어느날 청주 흥덕구 분평동에 위치한 청주보호관찰소 내 '친절한 빨래방'에는 사회봉사자와 사단법인 징검다리 어머니 회원들의 웃음소리가 향긋한 빨래 향기처럼 은은히 퍼져 나왔다.

친절한 빨래방은 지난해 5월 청주보호관찰소 사회봉사자와 사단법인 징검다리 어머니회원들이 직접 벽돌로 정성을 쌓아 만든 곳이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가정 등 불우이웃을 직접 찾아가 빨랫감을 수거해 세탁 후 배달해 준다.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모든 일에 도움을 주고 있다.

친절한 빨래방 봉사단은 현재 청주에 거주하는 지체장애인, 노인요양원 시설 10곳과 가출 청소년 쉼터 3곳을 매월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부정기적으로 수시 도움을 요청하는 이웃을 찾아 봉사하기도 한다.

처음 방문하는 사회봉사자들을 대하는 수혜 이웃들은 '범죄자'란 부정적인 시각과 봉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그들을 대한다. 하지만 지금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무척 아름다워 보인다.

사회봉사제도는 범죄 행위자에 대한 봉사를 통해 처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사회에 대한 범죄피해의 배상과 속죄 기회를 제공하는 형벌적 효과도 있다. 사회봉사의 방식으로 형벌을 집행하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심을 길러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하게 한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봉사 시작 전에 "나는 억울하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이런 봉사를 왜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등 불만 섞인 하소연으로 사회봉사제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마음도 한층 누그러져 부드러운 분위기를 안고 사회봉사를 시작한다.

또한 이들은 세탁업, 도배, 전기, 목공 등 종사하는 직업도 다양해 모든 분야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이웃들에게 인기가 높다. 봄철을 맞아 두꺼운 겨울이불 세탁을 포기한 할머니집을 찾아 빨래는 물론 설겆이와 청소를 해줬다. 도움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물어보고 도와주는 봉사활동으로 이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이들을 따라다니며 전기, 보일러, 도배, 장판, 문짝 수리 등을 부탁한다.

지난 1월 허리디스크에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당구 수동에 사는 할아버지집의 실내 화장실이 고장이나 며칠째 이웃집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사회봉사자는 직접 공구를 가져가 고쳐 주었다. 할아버지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현대 산업사회의 급속한 발달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으나, 핵가족화에 따른 해체가정 및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실제적 가사활동이 불가능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이 많이 생겼다.

고령, 질병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찾아 봉사했던 사회봉사자, 그리고 이들에 대한 선입감으로 처음에는 거리감을 두었던 이웃들도 이젠 정감어린 얼굴로 대한다. 사회봉사자들이 부모의 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봉사로 서로의 얼굴에는 3월의 화사한 봄햇살 만큼이나 따스한 정이 넘친다.

봉사자들은 비록 봉사 시간이 끝나더라도 분명 겨울날 시린 손을 호호 불며 봉사할 때 살며시 어깨를 토닥이며 "젊은이가 내 자식보다 났구만."하며 위로하고 격려해 주신 이웃 노인의 따스한 온정을 생각한다. 소중한 경험으로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며, 용기가 나지 않거나 시간이 없어 봉사를 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을 후회하면서.

진정 '봉사는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만이 가지는 행복'임을 깨닫고 앞으로 봉사를 부과 받은 '대상자'가 아닌 '자원봉사자'로서 더 많은 불우한 이웃을 사랑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다시 찾는 봉사현장의 전도사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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