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시장 개방… 대기업 자본력 부담
주류시장 개방… 대기업 자본력 부담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1.03.17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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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소주, 롯데 매각 배경은
지역민과 애환을 함께했던 향토기업 충북소주가 대기업인 롯데에 매각된다.

충북소주는 하이트소주를 인수해 '시원한 청풍'이란 상표를 단 지 7년 만에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됐다.

그러나 이를 보는 지역 경제계나 지역고객들은 또 하나의 향토기업이 사라진다는 것에 습쓸하기만 하다.

◇ 충북소주 매각 배경은?

가장 큰 원인은 주류시장의 개방이다.

WTO와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철옹성과 같았던 국내 주류업의 진입장벽도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류 면허의 규제 완화, 업체 간 과당경쟁 등으로 자본력이 취약한 지역 소주사들은 3, 4년 뒤를 장담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소주의 핵심원료인 주정(酒精)의 경우 시장이 개방되면 3분의 1 가격인 중국제품이 들어오고 설립요건도 현재보다 무려 5분의 1 정도가 완화된다.

즉 허가제인 소주제조업 면허가 무너지면서 대기업들의 시장진출이 더욱 거셀 것으로 전망돼 자본력이 취약한 지방소주사로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보배(전북)는 이미 98년에 하이트주조(주)로, 대선(부산)은 롯데를 거쳐 펀드회사로, 경월(강원도)은 두산에서 롯데에 매각됐다.

장 사장도 이날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하고 충북소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연간 최소 30~40억원가량을 유통망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충북소주의 경영규모와 저의 경영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도 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1년여 전부터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투자자 물색에 노력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접촉했던 펀드회사들이나 투자자들이 경영권 인계를 요구하는 등 복잡한 이유로 투자 유치에 번번히 실패했다.

결국 롯데라는 대기업이 먼저 입질을 할 때 최고의 가격으로 매각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설명이다.

◇ 지역민들의 실망

지역색이 가장 강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소주시장은 지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 왔다.

이런 특수한 사정 때문인지 매각소식이 알려지자 지역과 지역 고객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그동안 소주를 맛으로 마셨냐, 지역이라는 정으로 마셨지"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적자와 법적 문제 등 어려움을 겪던 하이트소주를 지난 2004년 인수한 충북소주가 내세운 것은 향토기업이라는 것이었다.

지난 98년까지 백학이 향토주로 오랜 맥을 이어왔으나 하이트라는 외지 업체의 인수로 지역내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약화됐고, 경영권 등이 복잡하게 꼬이면서 지역민들로부터 멀어졌다.

그러나 지역 출신의 장덕수 사장이 인수하면서 지역민의 사랑과 임직원들의 노력이 더해져 시장점유율을 20%대에서 현재는 42%까지 올려놓았다. 브랜드도 소주 1개에서 꼬냑 '블루아'까지 9가지로 늘었다.

이런 성장 배경을 갖고 있는 충북소주가 하루아침에 대기업에 팔린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반발과 논란 때문인지 장 사장은 "충북소주를 떠나는 저는 지역 구성원으로서 그동안 받은 성원과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소외된 계층을 작게나마 지원하기 위해 현금 60억원과 부동산 90억원 상당으로 재단을 설립, 재단 이자수입으로 지역의 소외된 계층을 지원하려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충북소주를 그동안 운영하면서 나온 가치로 인한 시세차익은 결국 지역과 고객, 직원들의 몫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 경제기관의 한 관계자는 "자치단체나 각종 지역내 기관단체에서 향토주 사랑 운동을 편 덕분에 충북소주가 이만큼 성장을 한 것"이라며 "지역을 무시하고 대주주가 전격 매각을 결정한다는 것은 주식회사라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 도리상 맞지 않고 '먹튀'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향후 전망

롯데는 충북소주를 매입하더라도 '시원한 청풍'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고, 본사와 사업장도 충북에 그대로 둘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소주 직원들의 100% 고용승계도 보장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또 충북소주 매입을 계기로 충북을 물류기지화해 전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2009년 1월 두산주류 인수를 시작으로 소주시장에 뛰어들어 강원도 경월소주와 충북 시원소주까지 인수함으로써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강원도, 충청도까지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롯데는 충북소주 인수를 계기로 충북지역을 물류 거점화해 전국시장을 본격 공략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이 무한 경쟁체제로 접어든 소주시장에서 언제까지 지켜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이 타 지역과 달리 자도주인 충북소주의 시장점유율이 충북에서 40%로 애매한 상태에서 '시원한 청풍'이라는 브랜드를 지켜간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이 만만치 않다. 결국 충북도 수도권과 강원권 처럼 '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의 처음처럼'이 맞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주류업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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