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이 불안하다
식탁이 불안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01.25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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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물가 오름이 수상하다. 지난 여름부터 시작된 배추 파동은 김장철에 접어들며 잠시 누구러지는 듯하더니 다시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배추 한 포기가 육천원을 호가하고, 손에 쥐일 만큼밖에 안 되는 파 한 단이 오천원 육천원에 거래된다.

장보기가 겁날 만큼 서민들의 장바구니 체감물가는 연말을 기점으로 최고가를 달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제역으로 인해 축산물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쇠고기, 돼지고기는 물론 계란 값까지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압박하고 있다.

축산물 가격이 오른다고 농가에 이득되는 것도 아니다. 구제역 파동은 오히려 농민들의 주름살만 깊게 만들고 시름을 안겨준다. 농가는 농가대로, 서민은 서민대로 손바닥 경제는 생활을 빡빡하게 만들고 있다.

설을 앞두고 주부클럽 청주소비자센터의 설 제수용품 가격조사에서도 치솟는 물가를 확인할 수 있다. 설날이라는 특수기지만 나물류가 전년대비 31.9% 올랐고, 고사리가 전년대비 75%가 올랐다. 그런가 하면 배추 한 포기가 132.39%, 파 한 단은 90.21%가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치는 금치시대를 맞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130%가 넘게 오른 사상 유례없는 가격 고공행진은 물가 우려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이번 가격조사 결과, 기본적인 제수용품을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전년 평균 14만원 정도에서 올해는 16만원가량으로 약 13%가 인상되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이어진 냉해, 한파 등 지구 이상기후로 대부분의 일반 식자재값이 오른 셈이다. 여기에 휘발유값과 라면값, 과자값 등이 슬그머니 오르며 서민들의 경제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물가 때문일까, 모두가 가정 경제를 걱정하고 허리띠를 조여매는 사이, 우리의 식탁은 불안해지고 있다.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국적 불분명의 먹을거리들이 버젓이 가정 내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인 수입산 고기들이 식당을 시작으로 소비 비율을 높여가고 있고, 냉해다, 흉작이다를 이유로 수입 장벽도 무너지고 있다.

이는 지난 여름 배추값이 치솟으면서 중국의 배추를 수입했던 정부의 대책이 말해주고 있다.

이제 전국으로 퍼져나간 구제역 조짐은 축산물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것이고, 외국산 수입 쇠고기 확대는 불보듯 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아무리 웰빙 개념이 높아졌어도 당장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싼 가격의 농산물에 손이 갈 수밖에 없으리라. 긴축 재정에서 가장 손 쉬운 절약 방법 중 하나가 먹을거리를 줄이거나 교체하는 방식으로 긴축 전환을 선택하기 쉽기 때문이다.

가정도 이럴진대 식당의 식탁은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까? 이따금 식당에서 뿌연 칼국수 국물이나 설렁탕 국물을 두고 숟가락 들기가 주저할 때가 있다. 국적이 미심쩍은 국물 때문이다.

식당마다 원산지 표시가 규정이라지만, 규정도 보이는 것들에 한해서다. 소소한 재료들은 원산지 표시에서 강제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저 주인장의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식탁이 불안해지는 이유다.

고물가 시대를 접하면서 서민경제를 생각해 본다. 우리 몸엔 우리 것이 좋다던 '신토불이'도, 근거리의 싱싱한 농산물을 이용하자는 '로컬푸드' 운동도 물가상승으로 한순간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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