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통큰 미국소
구제역과 통큰 미국소
  • 안병권 기자
  • 승인 2011.01.09 2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안병권 부국장 (당진)

통큰 치킨 으로 재미를 본 롯데마트가 이번에는 '통큰 갈비'를 선보였다. '2011년 새해, 첫 통큰 가격을 선보인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내며 이 행사가 자사 최저가 브랜드 '통큰'치킨, 노트북, 갈비로 이어지는 파격 마케팅을 선언했다.

미국산 소갈비 250톤을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100g에 1250원이라는 가격에 내놓았다. 카드로 계산할 경우 가격은 1000원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역시 지난번 통큰 치킨때와 같이 뜨겁다. 긴 행렬은 물론이고 구매를 위한 번호표 배분이 순식간에 끝날 정도다.

이에 전국한우협회가 통큰 갈비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7일 롯데마트 규탄 성명에서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구제역 확산으로 농가의 시름이 깊어가는 가운데 미국산 갈비 판매에 앞장서 구제역으로 도탄에 빠진 한우농가를 사면초가로 몰아넣는다는 것이다.

국가재난 수준으로 정부가 중앙재난 안전대책본부까지 설치한 마당에 이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라고 성토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부터 4차례에 걸쳐 한우 할인행사를 진행한 점을 강조하고 통큰 갈비 행사는 3개월간 준비해 온 판매 계획으로 구제역 시점과 공교롭게 겹쳤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리 준비했다면 오히려 구제역 상황이 진정된 뒤 판매하는 것이 맞다.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한우 판매를 촉진시키는 데 역점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

롯데마트의 경쟁업체인 홈플러스는 구제역으로 위축된 축산농가 지원을 위해 '우리 축산농가 파이팅'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12일까지 한돈과 한우 등 국내산 축산물을 정상가 대비 최대 50%까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이마트 역시 '새해맞이 한우소비 촉진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한우 등의 고기를 할인해 판매한 바 있어 롯데마트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상생'을 위해 통큰 치킨 판매를 중단한 지 불과 1개월 만에 통큰 갈비로 국내 축산업계와 반목을 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롯데마트는 이른바 유통업계 빅3인 홈플러스, 이마트 중 3위 업체다. 하지만 지난해 통큰 치킨으로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며 결과적으론 브랜드 알리기에 큰 성과를 거뒀고 업계 일각에서는 '통큰' 이 비록 판매 중지됐지만 최후의 승자로 자리잡았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이번 통큰 갈비 판매는 통이 큰 것이 아니라 옹졸하게 비춰진다. 구제역 판정을 받지 않은 건강한 제품을 대량 구입해서 이윤을 조금 남기고 싸게 팔았다면 이러한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금 구제역 판정을 받지 않았지만 언제 퍼질지 모르는 농가 입장에서는 충격을 완화 하려고 하는데 축산농가를 돕는 일에 인색하고 소비자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축산 농가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준 격이다.

그런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구제역 확산에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기업형 마트의 행동은 이해하기가 곤란하다.

누리꾼들은 롯데마트의 바겐세일 먹을거리 통큰 판매를 두고 국내 소비자들만 상대하지 말고 통 크게 외국에서 성공해 보기를 권하고 있다.

통큰 갈비를 1000원에 판매하는 것은 마트의 자유다. 기업에 상도(商道)를 지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 특히 서민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통큰 갈비'이벤트는 판매 시기를 잘못 짚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