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사랑보다 정(情)이다
부부는 사랑보다 정(情)이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1.0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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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병연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시인)>

창세기 2장 7절 및 22절에 따르면 하나님이 흙으로 아담(남자)을 만드신 후 아담의 갈빗대로 하와(여자)를 만드셨는데, 그들이 인류 최초의 부부이다. 그 한 쌍의 부부가 낳은 자손이 지구촌에 무려 70억 명이나 된다.

필자도 한 여인을 아내로 맞이한 지가 만 30년여가 되었다. 아내는 두 아이를 낳았고 잔병치레는 잦았지만, 병원에 입원하는 일은 없었는데 지난해 9월 몸이 아파 청주의 한 병원에서 MRI 촬영 결과 다리뼈에 5cm 정도의 암은 아닌 듯한 종양이 발견되었다.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여 다시 진료(MRI 촬영)를 받은 결과 암이라는 것이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연가를 내고 한 주일 동안 아내의 병간호를 하면서 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성경을 통달하고 말씀에 충실한 후/ 선교에 크게 도움될 책 한 권 쓰게 하소서!// 아버님보다 나중에 죽게 하소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게 하소서!// 자식들이 부모 없어도/ 아쉬울 것 없을 때까지/ 부부가 건강하게 살게 하소서!// 자식들이 하나님 사랑 안에서/ 웃음꽃이 지지 않는 삶을 살게 하소서!// 손자·손녀들은 아들?릿?더/ 하나님의 사랑 속에/ 공부 잘하고 바르게 자라/ 행복하고 또 행복한 삶을 살게 하소서!

기도의 덕일까. 뼈의 조직을 검사한 결과 아내의 병명은 암이 아니고 골수염이었다. 지난달 중순까지 골수염 치료를 하고 다시 검사한 결과 별로 좋아지지가 않았다. 골수염 치료제는 부작용 때문에 두 달 정도 투약하고 일정 기간 투약 중지 후 다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뼈의 조직을 검사한 결과 어떤 균에 의한 골수염인지 밝혀지지가 않는 것이다.

백수하실 것 같은 아버님보다 부부가 나중에 죽어야 하는데, 막내 손주 돌잔치는 부부가 건강한 몸으로 먹은 후 죽어야 하는데 하는 걱정이 태산 같다.

몇 해 전부터 나의 건강도 악화돼 걱정이었는데 아내의 병까지 걱정하니 내 건강은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살길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나름대로 살길을 찾았다.

그때쯤 한 친구를 만났다. 그때 나는 자주 웃었다. 그 친구 말하기를 마누라가 죽어가니 장가 한 번 더 갈 것 같아 그렇게 웃는 모양이구나.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사람아 내가 웃는 것은 살기 위해서라네. 내가 살려면 웃을 일이 없어도 웃어야 되고, 웃음은 보약 중의 보약이며, 웃어야 막내 손주 돌까지 지금의 건강이라도 유지하면서 살 수 있다네. 그리고 자식이 있는 사람이 장가 한 번 더 간다면, 그것은 새로운 불행의 시작이네. 요즘 세상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돈 많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남의 부인도 데리고 잘 수 있는 세상이 아닌가.

부부간의 사랑은 자식 낳기 전에는 '에로스 사랑'일 수도 있겠지만, 상대의 존재 그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고 행복해 하는 '필리아 사랑'이 바로 부부간의 사랑이다. 혼인한 지 만 30년이 넘고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부부란 사랑보다 정(情)이란 표현이 옳다는 생각이다.

한데, 이 시점에서 필자가 대학원에 갓 입학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부한 말이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후일 지도자가 되려면 우선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자신을 엄격히 성찰할 수 있어야 되며, 남을 사랑하고 포용할 수 있는 자만이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그 말이 왠지 자꾸 생각이 난다.

필자가 2005년에 쓴 사랑이란 시를 많은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사랑은/ 마음이고/ 행동이고/ 기쁨이고/ 기다림입니다// SEX는/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됐을 뿐입니다// 사랑은/ 목숨까지 바치게 만드는/ 마법입니다. 분명 부부는 사랑보다 정(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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