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성의 판단 기준
대가성의 판단 기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1.0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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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병권 부국장 (당진)

청원경찰법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 검찰이 청목회 회원들에게서 거액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여야 국회의원 11명의 사무실과 회계담당자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정치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야당은 "정치를 말살하려는 것"이라며 정부와 검찰을 강력 성토하고 여당도 "검찰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30여명의 의원 중 1000만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받은 의원이 압수수색을 당하자 해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대가성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순수한 후원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청원경찰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1, 2개월 전에 후원금 전달이 집중된 점에 미뤄 상당수 의원들이 이미 대가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후원금 2000만원 이상 받은 의원들을 대상으로 로비와 함께 대가성의 사전 인지 여부를 가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액이 상당한 만큼 대가성 입증에 자신이 있다는 계산이다.

대가성의 여부를 판단하는 세 가지 기준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른바 미디어법, 수면법, 직위법이다.

이 기준을 적용해 청원경찰법 입법로비 후원금의 성격을 들여다 보는 방법도 그중의 하나다.

미디어법은 정상적이라고 주장하는 금품이나 물품이 공개됐을 때 언론의 가십거리가 된다면 뇌물로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기준에 따르면, 청목회의 후원금은 가십거리 정도가 아니라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 되고 있다.

수면법은 금품을 받은 후 잠이 잘 오면 선물이고, 잠이 잘 오지 않으면 뇌물이라는 이론이다.

뇌물에 익숙하다면 이런 사안에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설득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 개인에 따라 편차가 큰 만큼 섣불리 단정하기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직위법이다. 이는 그 직위, 그 직장에 있기 때문에 받는 것이라면 뇌물이라는 논리다.

그 직책이나 직장과 무관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선물이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논리 중 어느 한 곳에 해당되면 뇌물로 정의한다는 것이다.

법에서는 '대가성 여부'를 따져 뇌물을 판단하지만 이것도 사실 형식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검사나 판사가 대기업으로부터 금품을 받는 경우 이를 '떡값'이란 이름의 고유명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여기에 항상 뒤따르는 말이 '대가성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식이다.

사회 지도층은 대가성 없이 수백만원, 수천만원의 돈이 오고 갈 수 있다고 굳게 믿지만, 일반 국민들은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면에는 국민의 실생활과 동떨어진 법 적용과 운용이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물을 떡값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문제삼지 않거나 대상에 따라, 정파에 따라 선택적으로 문제 삼을 때 부패의 고리는 사회 곳곳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청원경찰법 입법로비와 관련한 압수 수색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가 정치권의 주장처럼 정치 탄압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라도 봐 주지 않는 공정한 잣대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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