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K2'와 공정사회
'슈퍼스타 K2'와 공정사회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0.11.07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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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슈퍼스타 K2가 장안의 화제다.

엠넷이라는 음악전문 케이블 방송의 가수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 인원은 무려 134만6402명. 최종회 시청률이 19%에 육박하면서 대한민국의 방송 역사를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청자들의 문자투표로 결정되는 이 대국민 오디션에서 최종 우승자는 스물여섯살의 '허각'이라는 청년이었다. 아마추어에서 이제 막 프로의 길에 들어설 기회를 얻은 신인 가수다. 그런 그가 최종 우승을 한 지 보름이 넘도록 온국민을 '허걱' 놀라도록 만들고 있다.

환풍기 수리와 행사장 가수 일을 전전하던 중졸 학력에 가난한 청년이 가수의 꿈을 믿고 도전한 프로그램에서 '134만분의 1'의 경쟁을 뚫고 우승을 차지한 과정은 어느 드라마보다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허각을 우승으로 이끈 원동력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그중 '평등'에 대한 대중의 열렬한 지지와 노래실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였다는 것에 공감이 간다.

허각과 함께 결승무대에 오른 존박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 재학 중이면서 180cm키와 화려한 외모였다. 당연히 '존박 내정설'이 돌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여기에 심사위원 평가 30%와 시청자 투표의 반영 비율이 70%를 점하는 '평가의 투명-공정성'에도 주효했다. 정치권은 이런 폭발적인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공정한 정당 공천'을 거론하며 롤모델로 삼았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우리도 허각처럼"을 외쳤다. 국회 대정부질문, 각 정당 지도부회의, 의원총회 등 여의도 곳곳에선 '허각 메아리'가 울렸다.

허각과 존박을 '국민 vs 귀족'으로 대비시키며 서로 자신이 '평범한 국민의 대변자임'을 역설했다.

뛰어난 스펙 없이는 옴짝달싹하기 힘든 요즘 같은 세상에 꿈과 열정 노력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만천하에 알리는 인물이라는 데 정치권과 우리 사회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공정한 사회에 대한 대중의 열망, 비주얼 시대에 대한 반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과 배경 없는 성공을 꿈꾸는 이들의 대리만족이 두루 작용했다는 것이다.

어느새 허각은 우리시대의 화두인 공정사회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공중파 뉴스 프로에서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라는 질문에 "복근 만드는 데 신경 쓰지 않고 노래 공부에 열심히 하겠다"며 "노래 잘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그의 면모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최근 청원경찰법 입법로비를 둘러싸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국회의원 11명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그에 맞서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미안하지만 우리사회가 슈퍼스타 K2를 논할 처지가 한참 못 된다는 점이다.

평등과 공정을 외치지만 과연 지도층이 얼나마 평등과 공정을 위해 실천적 삶을 살았는지, 또 제도적인 문제는 없는지 먼저 되짚어 볼 일이다.

다수 국회의원에 대한 동시 압수수색은 근래 들어 드문 일인 데다가 후원금에 대한 많고 적음이 영장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 때문이다. 국회의원 후원금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 한다. 검찰과 국회가 싸우는 모습은 영 보기가 좋지 않다.

그래서 이번 허각 신드롬을 만들어 낸 것은 꿈에 대한 열정도 중요하지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게 만든 방송사의 노력 의지가 더 컸다고 본다.

비료를 주지 않은 벼가 비바람에 잘 견디는 것처럼 결핍은 극복해 내면 기적을 일으킨다고 한다. 승리는 의지와 열정 외에 피나는 노력과 상황에 핑계대지 않는 긍정적 사고를 지닐 때 가능하다.

내년 슈퍼스타 K3가 기다려지듯 우리 정치권도 평등과 공정을 목표로 한발 앞서가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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